[공연] 깜찍한 소녀? 성숙한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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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3살입니다. 중학교 1학년이죠. 파격적인 무대 매너와 넘치는 끼, 그리고 춤 솜씨를 보면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면 한 마리도 못 잡는다고 봐요. 일단은 가수로 성공하고, 학생으로서 공부는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깜찍한 외모가 돋보이는 다나는 올해 14살. 강타와 문희준, 보아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가 발굴했습니다. 몇 년 전 발탁돼 상당기간 준비기간을 거쳐 데뷔했습니다. 그동안 노래와 춤은 물론, 영어와 일어 회화까지 배웠습니다.
"어른들이 하는 노래도 좋지만, 우리들은 우리에게 좀 더 맞는 노래를 좋아해요."
조앤과 유리는 모두 16살입니다. 유리는 100퍼센트 자작곡으로 데뷔음반을 선보인 싱어 송 라이터이고, 조앤은 인기 작곡가 김형석이 적극적으로 미는 실력파 가수입니다. 뮤직 비디오를 보니, 모두 '성숙한 여인'이더군요. 노래 내용도 그렇고...... 예전의 28청춘은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죠.
* 또래를 공략하라!
소녀 가수들을 취재하면서 '나도 많이 늙었구나' 하고 느꼈다면, 좀 우스운가요? 어느새 저도 요즘 애들 얘기에 깜짝깜짝 놀라는 기성세대가 되어 버린 모양입니다. 사실은 저도 8시 뉴스를 위해 이 주제로 취재에 나서기 전에는 이들이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잘 몰랐답니다. 그저 오다가다 TV 화면을 통해 접하고는 '요즘은 참 어린 가수들이 많이 나오는구나' 하고 생각했을 정도였죠. 결국 그걸로 기사를 쓰게는 됐습니다만. 다나(2).jpg)
이렇게 소녀 가수들이 쏟아지는 데는, 10대들이 가요 시장의 주된 소비자로 등극했다는 배경이 버티고 있습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10대들 사이에서도 연령층에 따라 좋아하는 노래의 취향이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가수가 따로 있고, 중학생이 좋아하는 가수, 고등학생이 좋아하는 가수가 따로 있다는 거죠. 그래서 10대 가수들의 활약이라면 이전에도 있어왔지만, 요즘은 그 연령대가 점점 내려가고 있습니다. 하이틴(high teen)이 아니라, 로우틴(low teen)이, 이른바 1316 세대(13살부터 16살까지의 청소년을 가리키는 말)가 득세하는 것이죠.
대중스타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대리만족의 통로'로 느끼는 10대들은 보다 자신과 비슷한 스타들을 원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10대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 또래의 가수들이 보다 유리한 겁니다.
초등학생이면 초등학생 또래의 가수가, 중학생은 중학생 또래의 가수가 좋겠죠. 이전에는 '보이 밴드(Boy band)'가 한창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요즘은 소녀 가수들에 대한 수요가 더 높은 듯합니다.
'소년 가수'들이 주로 여학생들만을 공략한다면, 소녀 가수들은 남녀 모두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가기 쉽거든요.
* 팝 음악계도, 클래식 음악계도......
이런 현상은 국내 가요계에만 국한된 게 아닙니다. 10대에 데뷔한 브리트니 스피어즈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나란히 '팝의 요정'으로 음악계를 휩쓸었습니다. 나이를 의심할 정도의 성숙함과 10대의 풋풋함이 절묘하게 섞인 스타들입니다. 이런 소녀 열풍은 심지어는 클래식 음악계에까지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소녀 소프라노'로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영국의 샬롯 처치가 대표적입니다. 15살이 되면서 예전의 귀여운 모습보다는 성숙한 여인의 느낌까지 풍기지만, 여전히 내는 음반마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샬롯처치와 베키 테일러(2).jpg)
최근에는 베키 테일러라는, 역시 영국 출신의 성악 신동이 새로 등장했습니다. 13살의 베키 테일러는 뮤지컬 히트곡들을 모은 데뷔 음반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요즘은 메이저 클래식 음반사마다 이런 '신동'들을 발굴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장영주나 장한나의 예에서 보듯이 클래식 음악계의 '신동 신드롬'은 요즘의 현상만은 아닙니다만, 신체 성장에 따라 계속 변하는 '목소리'라는 악기의 특성 탓에, 과거에는 성악 부문에서는 신동이 잘 나오지 못했고, 인정을 받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등장한 성악 신동들은 부르기 부담스러운 정통 클래식 음악보다는 보다 대중적인 크로스오버 음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역시 손님을 끌어보려는 클래식 음악계의 안간힘(?)이 아닌가 해석되는 부분입니다.
클래식 음악계나 대중음악계나 이런 소녀 가수들은 시장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스타라는 점이 공통적입니다. 물론 노래 실력도 어느 정도 있어야겠지만, 대부분 '비디오 시대'에 알맞은 출중한 외모도 지니고 있습니다.
대중의 관심을 끌어라! 언제는 안 그랬겠습니까만, 요즘처럼 음반시장이 침체에 빠진 시기에는 더더욱 절실한 구호입니다.
* 진정한 예술가로 남기 위해
하지만 이들의 등장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철저한 기획에 의해 상품처럼 만들어진 가수들이 얼마나 음악계에 기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 때문이죠. 특히 가요계에서는 안 그래도 기성세대들과 10대들 사이의 음악적 취향에 간극이 큰데, 어린 가수들의 등장이 이런 불균형을 부채질해서, 그나마 남아있는 20대 이상의 팬들을 음반시장에서 쫓아보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중음악 평론가 강 헌 씨의 얘기를 들어볼까요. "이것 저것 해보다가 안되니까 이제 어린애들까지 나오는 겁니다. 갈 데까지 간 가요계가 마지막으로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이라고 볼 수 있어요." 다소 과격한 표현이긴 하지만, 이런 측면에서 보면, 갈수록 어린 가수들이 등장하는 것은 가요계의 침체를 반증해준다는 얘기도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소녀 가수 열풍이 현재 진행중인 '문화현상'이고, 당분간은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해 보입니다. 다만 우리가 두고 봐야 할 것은 바로 이 점입니다. '신동'으로 출발한 소녀 가수들이 과연 얼마나 오래 생명력을 유지할 것인가 하는 것이죠. 인기라는 게 얼마나 물거품 같은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진정한 가수로, 한사람의 예술가로 남기 위해선, 정말 중요한 무언가가 필요하겠죠? 김수현 기자 shkim@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