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레 아라 시청회 후기
시청회 후기가 좀 늦었습니다. 지난주에 있었던 에밀레 아라 시청회는 많은 분들이 방문하여 주셔서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앰프입니다. 에밀레 아라는 채널당 22와트의 출력을 내는 진공관 인티앰프입니다. 출력관을 7591A라는 흔히 사용하지 않는 관을 쓴 것이 독특하기는 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진공관 인티앰프 중에 하나입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예전 피셔 리시버에 사용되었던 관이라는 정도의 정보만 얻었습니다.
에밀레를 만드는 광우전자는 사실 1990년대 초반부터 진공관 앰프를 만들어 국내에 판매를 했었지만, 슬그머니 국내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브랜드 입니다. 사실 에밀레를 만드는 광우전자는 삼성SDI(구 삼성전관) 협력업체로 한때는 150여명의 직원에 연매출 100억 가까이 했던 견실한 중견기업입니다.
오디오 사업부만 해도 다른 여타 소규모 국내 앰프제조 메이커와는 차원을 달리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오디오 사업부 직원만 15명에 달하고, 외관 디자인부터 회로설계는 물론 샤시 절삭가공부터 모든 공정을 자체 소화하는 거의 국내 유일의 하이엔드 메이커라 할 수 있습니다. 한때는 태광이나 아남 등 대기업에서 하이엔드급 제품을 만든적이 있으나 거의 없어진 지금 에밀레는 한국 하이엔드 오디오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는 업체라 보아도 되며, 소규모의 하이엔드 제조업체 특성상 전 세계적으로 봐도 꿀릴게 없는 대형 하이엔드 제조사입니다.
1990년대 진공관 인티앰프 위주로 생산을 하다가 2003년부터 본격적인 하이엔드급 제품 개발 및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며,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고 한국시장을 다시 진출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10년 정도 지난 지금 유럽시장에서는 이미 그 기반을 탄탄히 했으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시장에도 진출한다고 하며, 지난 2011년 CES과 같이 열리는 “T.H.E Show”에 미국 딜러인 업체가 출품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에밀레가 2011년 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시장 재진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첫번째 제품으로 리뷰와 시청회가 진행된 “아라” 인티앰프는 저희 리뷰에도 나와있지만 진공관 앰프라 믿기 힘들만큼 빠른 스피드와 광대역의 사운드로 마치 트랜지스터 대출력 분리형 앰프를 듣는 듯한 호방한 사운드를 지향합니다. 영국 잡지인 하이파이초이스 리뷰에서도 그렇게 나와있네요. 일부 인용을 하면..
“(전략).. 틀에 박힌 “진공관 사운드”의 특성을 보여주는 일도 전혀 없었다. Ara는 민첩하고 섬세하며 믿기지 않은 정도로 실제에 가까운 표현력을 갖추고 있었다. 주파수를 극단적으로 부드럽게 하거나 저음에 군살을 붙이는 일이 전혀 없었으며, 이런점은 Emille가 다른 많은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들보다 더 뛰어난 타이밍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후략)”
Ed Selley 라는 리뷰어는 올해 들어본 제품 중에 최고의 기기로 Ara를 꼽고 있네요. 이 하이파이초이스 리뷰어가 극찬한 리뷰를 읽고 마치 이 리뷰어가 제 머리속을 들여다 본것처럼 같은 느낌을 쓰고 있어서 깜짝 놀랬습니다. 아라의 음질적 특성을 매우 정확하게 집어낸 것입니다.
아라의 또하나의 장점은 TR앰프보다 더 빠르다는 느낌의 스피드를 내어주면서도 진공관 소자를 쓴 장점을 십분 발휘하여 진공관 특유의 아름다운 음색과 적당한 온도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장점은 보컬에서 잘 살아나서, 솔리드 스테이트 소자가 들려주지 못하는 유연함과 살풋한 피어오름을 잘 표현해 냅니다.
사실 진공관 22와트의 출력이면 출력이 그리 낮지도 않습니다. 엘락의 플래그쉽 모델인 609CE를 당당하게 울립니다. 물론 스피커를 제압하여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인티앰프로도 엘락 609CE 스피커에서 나올 스케일과 광활한 스테이지를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베스트 매칭은 B&W 805 다이아몬드에서 나왔습니다. 13평의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을 마음껏 휘저으며 때론 가녀리게 때론 강력하게 편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수준높은 음악을 들려줍니다. 대편성에서도 스케일과 악기 개개의 음색, 질감, 표현력 등이 모자람이 없으며, 투티에서 풀오케스트레이션에도 주저함이나 꿀림이 없이 당당하게 표현합니다. 에미 후지타의 "데스페라도"에서는 진공관 앰프의 장점이 여실히 나옵니다. 적당히 농밀한 에미 후지타의 목소리가 공간을 채우며 유혹하듯 다가옵니다.
시청회 끝나고 매칭해본 KEF Q900 스피커와도 매우 훌륭한 매칭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아라에 B&W 805 다이아몬드 스피커도 가격적으로 조금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B&W 스피커가 너무 비싸죠. 그에 비해 KEF Q900과는 가격대도 비슷하고 매우 안정감있고 리치한 음이 그려졌습니다.
가격을 고려하지 않고도 충분히 훌륭한 소리를 아라는 내어줍니다. 음색, 사운드 스테이지, 다이내믹스, 정위감 어떤 것 하나 모자람 없습니다. 거기에 내추럴한 음악성까지, 하이엔드 맨 꼭대기에서나 느껴볼 수 있는 수준높은 음질입니다. "이정도면 됐다" 를 뛰어넘어, "이 가격대에서는 들어볼 수 없는 소리"가 나온다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요즘 앰프 정말 좋아졌습니다.
물론 아라가 모든 오디오파일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전지전능의 앰프까지는 아닙니다. 아마 그런 오디오는 존재하지도 않겠지만요.. 취향을 이야기 하라면, 캐리나 맨리 스타일의 느긋함의 녹직녹진한 음과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같은 음색을 원하시는 분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중립적(Natural)인 것과 자연스러움(Natural)은 어찌보면 두마리의 토끼입니다. 너무 중립적이다 보면 다소 딱딱하고 매정한 소리가 날 수 있으며, 너무 내추럴하면 축축 늘어지는 음에 진부함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내추럴 & 뉴트럴”의 정점을 찾기 힘든게 오디오 입니다. 적어도 “아라”는 그 정점을 잘 찾은 것 같습니다. 중립적이면서 무미건조하거나 푸석하지 않습니다. 내추럴하면서 늘어지거나 끈끈하지 않습니다. 절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아라의 또하나의 남다른 장점은 인티앰프에 디지털 입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PC-Fi를 USB로 연결하면 그야말로 노트북 컴퓨터에 아라 인티앰프 있으면 끝입니다. 적당한 CD 트랜스포트만 갖추면 S/PDIF 입력을 통해 훌륭한 DAC의 역할까지 한덩어리로 하는 재능까지 겸비했습니다. 아뭏든 요즘 앰프 정말 좋아졌습니다. 이 가격대의 이런 음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불과 4-5년 전에는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 였다는 생각입니다.
포노앰프인 알류어 포노EQ 도 매우 뛰어난 정숙성에 뛰어난 가격대비 성능을 발휘합니다. 아라와 비슷한 중립적인 음을 바탕으로 하여 때론 거대한 스케일까지 몰아치는 능력도 유감없이 보여주습니다. 매우 매력적인 포노EQ로 MM과 MC를 모두 지원하는 충실한 인터페이스도 갖추었습니다. 오디오 매니아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배려했다는 것 또한 인상적입니다.
사실 “메이드 인 코리아” 하이엔드 지향 제품들이 국내 오디오 매니아들에게 국산이라는 “득”보다 국산제품이면 외산제품의 몇배가격대의 제품보다 좋아야 한다는 까다로운(?) 평가 때문에 “실”이 더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몇몇 제품들은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좋은 평을 받는 제품들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모쪼록 이제 국산 하이엔드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국내시장에서도 정당한 평가를 받을 때가 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에밀레 제품이 있다는 것입니다.
-llhtml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