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라, 강한 스피커 에스텔론
Estelon 설립자 알프레드 바실코브 인터뷰

Estelon 설립자 알프레드 바실코바 인터뷰

인터뷰어 : 이 종학(Johnny Lee)
인터뷰이 : 알프레드 바실코브(Alfred Vassilkov)

한 명의 스피커 제작자가 오를 수 있는 사회적 지위는 어디까지일까? 만일 그가 국가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고 또 큰 존경을 받는다면, 더 이상 바랄 게 뭐가 있을까? 비록 인구 136만의 작은 나라지만, 단순한 오디오쟁이를 넘어서서 국가적 인물로 간주되고 심지어 정부의 도움까지 받는 존재라면, 이제 에스텔론을 주재하는. 알프레드 바실코브(Alfred Vassilkov)는 오디오 역사에서 가장 사회적인 지명도가 높은 인물로 간주해도 좋겠다.

이 귀한 인물을 이번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쇼에서 만나서 인터뷰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미 필자와는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라, 이번 인터뷰는 더욱 각별하게 다가왔음을 밝힌다. 참고로 바실코브 씨의 이름 약자인 AV로 표기해서, 그 내용을 정리해 봤다.

- 에스토니아 국민들은 특히 음악을 사랑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과연 어느 정도인가요?

AV : 우리나라는 특히 합창이 강합니다. 1869년부터 에스토니안 송 페스티벌을 열 정도니까요. 2004년에 열린 대회엔 무려 10만 명이 참가했답니다. 소련에서 독립할 때, 우리는 싸움 대신 합창을 택했습니다. 수많은 국민이 합창을 하며 저항하자, 소련 쪽에서는 감히 총을 쏘지 못하고 물러났죠.

- 에스토니아 국민에게 음악의 DNA가 흐르는 모양입니다.

AV : 저희 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친께선 아코디언을 연주하셨고, 늘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으니까요. 덕분에 저는 대학에서 음향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소련의 치하에 있었기 때문에, 졸업 후에는 자연스럽게 라디오를 만드는 공장에 취직했습니다.

- 어릴 적부터 오디오에 관심이 많았겠군요.

AV : 그렇죠. 하지만 소련 체제가 무너지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일단 공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그때부터 다른 일을 찾아야 했죠. 평소 스피커에 관심이 많았으므로, 공장에 남은 기기를 갖고 조금씩 스피커 제조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R&D 쪽에서 일했습니다. 역시 세일즈는 저한테 맞지 않았으니까요.

- 제가 봐도 세일즈맨 타입은 아닌 것 같습니다.

AV : 당시 여러 회사와 일하면서 다양한 캐비닛을 만들어보고, 다양한 소재를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기술을 축적해갔죠.

- 그럼 처음부터 스피커를 만든 것은 아니군요.

AV : 그렇습니다. 이때 인스톨 관련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룸 어쿠스틱에 대한 부분을 많이 연구했습니다. 제 전공이 음향학이니까, 이런 분야에 잘 맞기도 했죠. 덕분에 일찍부터 해외의 큰 오디오쇼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뮌헨 쇼의 전신인 프랑크푸르트 쇼라던가, CES 등에 다니면서 견문을 넓힌 거죠. 그러면서 오디오 산업, 특히 스피커 쪽의 동향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 그때가 1990년대인가요?

알프레드의 두 딸 알리사(Alissa)와 크리스티나(Kristiina)
알프레드의 두 딸 알리사(Alissa)와 크리스티나(Kristiina)

AV : 네. 이 시기부터 뭔가 새로운 것, 남들이 만들지 않는 것에 대한 욕구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스피커 디자인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수도 없이 해봤습니다. 소재라던가, 아이디어 등도 꽤 많았고요. 한때 이때 알리사라는 제 딸이 아빠의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저보고 본격적으로 스피커 관련 비즈니스를 해보라고 권할 정도였죠. 그래서 프로토타입을 하나 만들어서 주위에 선을 보이고, 들려주고 하면서 조금씩 자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 그 시기가 언제입니까?

AV : 2010년 4월경입니다. 이후 10월에 열린 로키 마운틴 쇼에 처음 출품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죠.

- 제가 에스텔론을 처음 본 것은 2011년경이 아닌가 싶군요. CES라던가 뮌헨 쇼에 참전해서 급속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 대단하구나 느꼈습니다. 그 비결이 늘 궁금했고요.

AV : 감사합니다. 실은 제품의 디자인만 보고 에스텔론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어떤 선입견을 가질 수 있지만, 이 디자인이 정교한 계측과 그래픽과 계산에 따른 것임을 우선 밝히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리얼한 사운드를 중시합니다. 이상적인 스피커는 마치 실제 연주를 듣는 듯 살아있는 음을 내야 한다고 믿습니다.

- 확실히 디자인적인 면에서 에스텔론은 무척 아름답습니다. 주로 세라믹 소재인가요?

AV : 모델에 따라 다릅니다. 세라믹도 있고, 샌드위치 타입의 세라믹도 있고, 알루미늄도 있습니다. 모두 음향학적인 배경에 맞춰서 선별한 것입니다.

- 그럼 드라이버는 어떤가요? 아큐톤을 많이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AV : 역시 아큐톤만 고집하지 않습니다. 모델에 따라 스캔스픽, 시어스 등도 쓰고 있습니다.

- 그렇군요. 이렇게 다양한 인클로저와 드라이버를 쓴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AV : 스피커의 구성이나 컨셉을 먼저 정한 다음, 드라이버를 찾습니다. 그 과정에서 특정 브랜드나 상표를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 디자인에 대해서 여쭙고 싶습니다. 확실히 타사 제품에 비해 수려하고 아름다운데, 이런 형상을 얻는 데에 별다른 이유가 있나요?

에스텔론 플래그십 Extreme Mk II 스피커
에스텔론 플래그십 Extreme Mk II 스피커

AV : 음향학적인 이유가 가장 큽니다. 예를 들어 우퍼를 보면, 어느 정도의 볼륨이 필요합니다. 반면 트위터는 약간 좁은 형태가 어울립니다. 미드레인지는 내부 볼륨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하는데, 반사파를 피하기 위해 겉 부분은 약간 소프트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이드 패널은 당연히 단단해야 하고요. 이런 여러 요소를 감안해서 저희 특유의 형상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 어떤 회사들은 고밀도의 딱딱한 소재나 금속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AV : 캐비닛은 기본적으로 진동에 강해야 합니다. 문제는 여러 소재를 동원해서 적절하게 흡음을 하게 만드는 방식이죠. 소재만 갖고 뭐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각각의 드라이버에 맞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런 숱한 요소를 다 충족시킬 수 있는 형상을 구상한 다음, 몰딩 방식을 통해 하나의 캐비닛으로 뽑아냅니다.

- 그렇다면 인클로저 소재는 뭔가요? 세라믹이 주축인가요?

AV : 대리석 소재가 들어가긴 하지만, 훨씬 다양한 소재들이 투입됩니다. 일종의 컴포지트 메테리얼이고, 5년 전에 저희만의 레시피를 완성했습니다.

- 제품을 보면 중고역부와 저역부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V : 저역은 주파수의 크기 자체가 무척 거대합니다. 이 부분이 중고역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중고역부와 완전히 동떨어진, 가장 아랫부분에 배치하는 것입니다. 거의 바닥면에 바싹 붙이는 형태로 디자인합니다. 반면 중고역부는 풍부한 3D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위치가 정해집니다. 그러면서 룸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중고역부는 슬림한 형태로 디자인됩니다. 여기에 파워풀한 저역이 더해지는 방식이죠.

- 인클로저는 한눈에 봐도 복잡한 제작 공정을 거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AV : 하나의 피스 형태로 만들어지는 데다가, 여러 겹의 레이어로 피니싱 과정이 이뤄집니다. 자동차에 칠하는 방식으로 제품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수공업 방식을 통해 완성됩니다. 따라서 고객이 원하는 어떤 컬러도 다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 보통 몇 겹으로 페인트를 합니까?

AV : 모델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것은 5회 정도이고, 어떤 것은 12회 정도입니다. 한번 칠하고 말리고 다시 칠하고 말리는 식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 크로스오버를 디자인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뭔가요?

AV : 스피커에 둘 혹은 셋의 드라이버 투입된다고 쳐보죠. 이때 중요한 것은 각각의 드라이버가 연결되는 방식이 이슈가 됩니다. 즉 이음새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스무스하게 처리하는 것이죠. 이게 잘못되면 리니어리티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습니다.

- 그렇군요. 참 이번 쇼에 새로운 제품을 론칭했죠?

에스텔론 Aura 스피커
에스텔론 Aura 스피커

AV : 아우라(Aura)라는 모델입니다.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만든 제품입니다. 캐비닛의 소재도 특별하고, 새로운 기술도 투입했습니다. 기본적으로 3웨이 5스피커 방식입니다. 2개의 5인치짜리 미드베이스는 SB 어쿠스틱에서 만든 것이고, 트위터는 스캔스픽의 1인치 소프트 돔 타입입니다.

에스텔론 Aura 스피커의 10인치 우퍼
에스텔론 Aura 스피커의 10인치 우퍼

한편 10인치 우퍼는 파이탈(Faital)에서 제작한 제품입니다. 다운 파이어링 방식의 덕트를 통해 외부로 배출되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밀폐형과 같은 느낌을 갖고 있고 있는데, 스피커 자체는 크지 않지만 대역폭이 넓고, 효율도 높습니다. 무엇보다 설치 장소에 큰 제약이 없다는 강점을 갖고 있죠. 매우 리얼한 이미징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 공장에 일하는 인원은 얼마나 됩니까?

AV : 총 12명입니다. 여기에 오피스 인원 4명이 더 있고요 그밖에 페인팅, 캐비닛 제조 등 저희에 납품하는 공장의 인원까지 감안하면 약 50여 명이 넘습니다.

- 에스텔론은 부녀가 운영하는 일종의 패밀리 기업입니다. 회사를 함부로 확장하지 않고 이렇게 일정한 규모를 유지하면서 영업하는 데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듯싶은데요?

AV : 저희는 급속한 확장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냥 지속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 방식을 추구합니다. 주변 파트너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큰 그림을 갖고 꾸준하게 성장하자는 것이 저희의 생각입니다.

- 에스토니아라는 작은 나라에서 이렇게 세계적인 스피커 회사가 나왔다는 것은 참 특별합니다.

에스토니아 출신 작곡가 아보 파르트(Arvo Pärt)와 아보 파르트 센터
에스토니아 출신 작곡가 아보 파르트(Arvo Pärt)와 아보 파르트 센터
아보 파르트 센터에 설치된 에스텔론 스피커
아보 파르트 센터에 설치된 에스텔론 스피커

AV : 에스토니아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이죠.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들과 뮤지션이 엄청 많습니다. 아르보 파르트(ARVO PÄRT)라고 아시죠? 우리나라 출신의 작곡가입니다. 실은 이곳 센터에 저희 스피커가 세팅되어 있습니다.

- 와우, 대단합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고 봅니다. 에스토니아를 대표하는 작곡가를 위한 공간에 역시 에스토니아를 대표하는 스피커가 들어가야 하는 것이 이치에 맞죠.

AV : 또 하나는 스타트 업 기업이 많다는 점입니다. 거의 국민 한 명당 하나의 기업이 있을 정도랍니다. 스카이프, 볼트(Bolt), 트랜스퍼와이즈 등이 다 우리나라에서 나왔습니다.

- 아직 에스토니아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작고 강한 나라임에는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AV : 감사합니다.


P.S. 인터뷰를 마치고 국내에 들어와 에스토니아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다. 놀랍게도 1인당 GDP가 4만 6천 불이 넘었다. 셰일 오일의 매장량도 풍부하고, 스타트 업 분야도 활발한 덕분이었다. 또 교육열이 높은 데다가 언론, 출판의 자유 또한 상당했다. 러시아 옆의 작은 나라라고 함부로 볼 일이 결코 아니었다. 어떤 면에서 이 나라의 뻗어가는 국력을 상징하는 것이 에스텔론이라는 브랜드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음악을 즐기고 소중하게 여기는 나라에서 만들 수 있는 스피커라고 생각한다.

Este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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