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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원에이브이 9.4.4 채널 둘러보기

지난 12월 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케이원에이브이 1층 시청실을 찾았다. 프랑스 트리노브 오디오(Trinnov Audio)의 하이엔드 AV 프로세서 Altitude 32 리뷰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곳 아니면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를 제대로 느껴볼 수 없다는 현실적 이유도 컸다. 무려 9.4.4 채널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두 메리디안 풀 액티브 스피커로 도배를 했다.

우선 분위기 파악부터. 프런트 스피커는 메리디안의 DSP8000XE다. 정면에 베릴륨 트위터와 6.5인치 미드, 양 사이드에 각각 8인치 우퍼를 3개씩 갖춘 액티브 스피커다. 150W 앰프가 트위터, 역시 150W 앰프가 미드, 브릿지로 연결된 6개의 240W 앰프가 우퍼를 멀티앰핑한다. 주파수 응답 특성은 -3dB 기준 18Hz~40kHz에 달한다.

센터 스피커는 메리디안의 DSP7200SE. 내장된 4개의 150W 앰프가 베릴륨 트위터, 미드, 2개의 우퍼를 각각 멀티앰핑한다. 리어와 사이드 스피커는 벽에 매립된 인월 타입. 2개의 리어 액티브 스피커는 메리디안의 DSP640.2, 4개의 사이드 액티브 스피커는 DSP520.2다.

화룡점정은 4개의 서브우퍼와 천장에 매립된 4개의 돌비 애트모스 스피커. 서브우퍼는 메리디안의 DSW.2로 600W 내장 앰프가 12인치 우퍼를 울린다. 정면에 2개, 후면에 2개가 놓였다. 애트모스 스피커는 메리디안의 DSP320.2로 내장된 80W 앰프 2개가 와이드 레인지 드라이버와 우퍼를 바이앰핑한다.

이렇게 해서 9채널(프런트 2, 센터 1, 리어 2, 사이드 4)에 서브우퍼 4채널, 애트모스 4채널, 9.4.4 채널이다. 각 액티브 스피커는 RJ45 케이블로 연결됐고 컨트롤러는 메리디안의 271이 투입됐다. 트리노브 오디오 Altitude 프로세서와 총 17개의 메리디안 DSP/DAC 내장 액티브 스피커를 커플링해 주는 인터페이스다.

트리노브 오디오와 AV 프로세서

트리노브 오디오는 2003년에 설립된 프랑스 제작사로 3차원을 뜻하는 Tri, 혁신을 뜻하는 Innovation에서 회사 이름 Trinnov를 만들었다. 3D 혁신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홈시어터는 물론, 프로 오디오 시장에서 3차원 입체음향을 설계하고 현장 음향을 측정, 보정하는 프로그래밍 능력으로 정평이 난 곳이다. 지금까지 취득한 국제 특허가 50개가 넘는다.  

현재 홈시어터 라인업을 보면 AV 프로세서로 이번 시청기인 Altitude 32를 비롯해 Altitude 16, 멀티채널 앰프로 Amplitude 8, Amplitude 16이 포진해 있다. 멀티채널 앰프의 경우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하이펙스의 NCore NC1200 클래스 D 모듈을 채택했다. 8채널 Amplitude 8의 경우 각 채널에서 8옴에서 225W, 4옴에서 375W, 2옴에서 500W를 출력한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트리노브 오디오의 진가는 AV 프로세서에 있다. 멀티채널 서라운드 음원 코덱 자체가 워낙 기술발전이 빠른 분야여서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음질이 아무리 좋아도 최신 코덱을 읽지 못하면 그냥 무용지물이다. 2000년 이후 쏟아진 몇 가지 대표 멀티채널 서라운드 음원 코덱만 해도 정신이 없을 정도다. 

• 2004 Dolby Digital Plus - 24/96 HD 7.1채널
• 2006 DTS-HD High Resolution - 24/96 HD 7.1채널
• 2006 DTS-HD Master Audio - 24/192 HD 7.1채널
• 2006 Auro-3D, Auro 9.1, Auro 10.1 - 9.1/10.1 채널+오버헤드 스피커
• 2010 Dolby Surround 7.1 - 7.1채널
• 2010 Auro 11.1, Auro 13.1 - 11.1/13.1 채널+오버헤드 스피커
• 2012 Dolby Atmos - 3D HD 7.1.4채널
• 2015 DTS:X - 3D HD 11.2채널+오버헤드 스피커
• 2015 AuroMax - 23/26채널+오버헤드 스피커
• 2017 DTS Virtual:X - 3D HD
• 2019 DTS:X Pro - 3D HD 30.2채널+오버헤드 스피커

그런데 트리노브 오디오는 되레 선도적으로 이 분야 기술 개발 및 도입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DTS와 협업해 2019년에 DTS:X Pro를 컨슈머 시장에 선보인 것. 다른 경쟁업체들보다 최소 1년은 빠른 행보였다. Altitude 32가 DTS 콘텐츠를 30.2 채널로 꽉 채워 렌더링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Altitude 32 살펴보기

직접 마주한 Altitude 32는 엄청난 포스를 자랑했다. 가로폭이 442mm, 높이가 165mm, 안길이가 445mm를 보이고 무게도 14.5kg이 나간다. 전면을 보면 디스플레이 왼쪽에 파워 스위치와 뮤트 버튼, 볼륨 노브, 오른쪽에 소스 선택 노브, 백 버튼, 선택 버튼, 메뉴 버튼가 가지런히 마련됐다. 후면은 뒤에서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단자가 빽빽하다.

필자가 보기에 Altitude 32는 이머시브 홈시어터 시스템에 투입할 수 있는 현시점 최고의 레퍼런스 AV 프로세서다. 심지어 룬(Roon)도 된다. 돌비 애트모스는 풀 24.X.10 채널을 디코딩 및 렌더링 할 수 있고, DTS:X Pro는 30.2채널을 네이티브로 렌더링 및 업믹싱을 할 수가 있다. Auro-3D는 최대 13.1채널을 지원한다. IMAX Enhanced? 당연히 된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Altitude 32는 기본적으로 최대 32개 채널을 16개 아날로그 XLR 단자와 4개 DB25 단자(단자당 8개 채널)를 통해 출력할 수 있는 AV 프로세서다. XLR과 DB25이 지원하는 채널 수에 따라 총 4가지 모델이 있다(8-8, 8-16, 16-24, 16-32). 시청 모델은 XLR 16개, DB25 4개를 갖춘 16-32 모델이다.

디지털 출력도 된다. 광 1개, 동축 1개, AES/EBU 1개, HDMI 2개(HDMI eARC 1개 포함), DB25 1개 단자를 갖췄다. 메리디안 271 컨트롤러와 오포 BDP-105D 플레이어를 동원한 이번 시청에서는 각각 DB25 디지털 출력 단자와 HDMI eARC 단자를 이용했다. 

HDMI 출력의 경우 HDMI 2.1과 DMI 2.3을 지원하고 최대 해상도는 4K 120Hz, 8K 60Hz, 최대 밴드위쓰는 모든 입출력에서 40Gbps를 보인다. HDR은 HDR10, HDR10+, HLG, Dolby Vision 모두 지원한다. 지원 프레임은 4K가 최대 120, 8K가 최대 60이다. 

입력은 디지털 입력 단자로 HDMI 8개, 광 2개, 동축 2개, AES/EBU 2개, DB25 1개, 아날로그 입력 단자로 스테레오 XLR 2조, 스테레오 RCA 3조, 7.1채널 RCA 1조가 마련됐다. 7.1채널 RCA 단자의 경우 F 프런트 2개, C 센터 1개, S 서라운드 2개, SB 서라운드 백 2개, SUB 서브우퍼 1개 구성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아니, Altitude 32의 본게임은 지금부터다. 베이스 매니지먼트(Bass Management), 트리노브 옵티마이저(Trinnov Optimizer), 리맵핑(Remapping), 원격 제어(Remote Access), +4채널(+4 Channels) 등 트리노브가 Altitude 32를 통해 제공하는 인터페이스와 서비스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베이스 매니지먼트의 경우 하이/로우 패스 주파수와 필터 타입, 필터 슬로프를 설정할 수 있고 이 설정값을 연결된 서브우퍼 개수에 제한 없이 모두 적용시킬 수 있다. 트리노브 옵티마이저는 현재 전 세계 2000여 스튜디오, 1만여 시스템에서 사용될 정도로 그 성능을 인정받고 있는 룸 보정/캘리브레이션 프로그램. 측정을 위한 전용 3D 마이크가 유료 옵션으로 제공된다. 

리맵핑은 3D 마이크로 각 스피커의 위치를 측정한 후, 특정 사운드트랙에 맞는 최적의 스피커 위치를 가상으로 재배치(리맵핑)하는 기술. 모든 설정값은 URL 입력 PC/태블릿 웹 화면을 통해 수치와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다. 돌비 애트모스 같은 3D 입체 음향 구현에서는 정말 필요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 프랑스 파리 본사가 원격 제어를 통해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는 점도 대단하다. 

끝으로 Altitude 32가 룬의 전용 통신 프로토콜 RAAT를 지원, 룬 레디(Roon Ready) 인증을 받은 점도 스테레오 오디오 애호가 입장에서는 예기치 않은 연말정산 같은 보너스. Altitude 32를 유선 랜 입력을 받는 룬 네트워크 플레이어 겸 프리앰프로 쓸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시청에서도 룬을 통해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몇 곡 들어봤는데 그 사운드 퍼포먼스가 그야말로 흠잡을 데가 없었다. 

스펙을 보면 아날로그 입력 시 필요한 ADC는 SN 비 119dB의 24비트/96kHz, 아날로그 출력 시 필요한 DAC은 SN 비 118dB의 24비트/192kHz 사양이다. 네트워크는 UPnP를 지원하고,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인텔 i7을 썼다. DSD 음원이나 PCM 384kHz 음원은 지원하지 않는다. 

Altitude 32 들어보기

케이원에이브이 1층 시청실에서 진행한 Altitude 32 시청에는 오포의 105D 플레이어, 메리디안의 271 컨트롤러, 메리디안의 9.4.4 채널 액티브 스피커를 동원했다. 105D와는 HDMI 케이블, 271과는 DB25 케이블로 연결했다.

아티스트   Hans Zimmer
곡   The Dark Knight Trilogy
타이틀   Live in Prague

처음부터 그냥 ‘리얼’이고 ‘박력’이다.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고, 드럼과 일렉기타의 묵직한 파워가 전해지는 모습이 2채널 스테레오와는 비교 불가다.

스톤헨지 돌기둥처럼 9개 스피커가 필자를 빙 둘러선 데다 서브우퍼 4개, 애트모스 스피커 4개까지 가세했으니 무대는 홀로그래픽하고 에너지는 광풍처럼 몰아친다.

AV 프로세서 품질이 좋아질수록 음 하나하나가 단단해지고 시청실의 빈 공간이 여러 음들로 꽉 채워지는데, 지금은 거의 그 정점에 올라섰다.

감독   Joseph Kosinski
주연   Tom Cruise, Miles Teller 
타이틀   Top Gun: Maverick

먼저 다크스타 이륙 신을 봤다. 기대했던 대로 전투기의 굉음이 시청실을 꽉 메운다. 톰 크루즈의 목소리는 안정적이고 자연스러우며 딕션은 이상할 정도로 깨끗하게 잘 들린다. 메리디안 액티브 스피커의 기본 됨됨이가 워낙 뛰어난 덕도 있지만, Altitude 32 같은 레퍼런스급 AV 프로세서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 퍼포먼스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고백컨대, 이 영화 개봉 당시 멀티플렉스에서 봤을 때보다 지금이 더 실감 났다. 마하 10을 돌파했을 때는 필자도 손에서 땀이 났다. 이어 선택한 전투기 4대 출격신에서는 3D 사운드의 음압과 방향 전환이 하도 굉장해서 약간의 현기증마저 났다.

아티스트   Kari Bremnes 
곡   A Lover in Berlin 
앨범   Norwegian Mood

이번에는 프런트 스피커 DSP8000XE만을 이용해 스테레오 사운드를 감상했다. Altitude 32의 룬 렌더링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인데, 메리디안 컨트롤러 271이 알아서 2채널로 디지털 아웃을 시켜준다.

첫 음이 나오는 순간, 갑자기 차분한 하이엔드 오디오의 세계가 펼쳐진다. 캐리 브렘네스의 목소리는 생생하고 반주음의 타격감은 기대 이상이다. 이처럼 AV 멀티채널을 즐기다 별도 렌더러 없이 곧바로 룬 스트리밍 음원을 들을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Altitude 32의 남다른 점이다. 

아티스트   Ed Sheeran
곡   Shape Of You
앨범   ÷ (Divide)

확실히 멀티앰핑을 하는 액티브 스피커의 위력과 기세가 대단하다. 룬 렌더러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배경이 깨끗하고 노이즈가 줄어드는데 지금이 바로 그러하다. 이미지는 또렷하고 사운드스테이지는 견고하기 이를 데가 없다. 특히 SN비가 대단하고 음들 저마다 핏이 좋다. 영상 없이 음악만 듣는데도 에드 시런의 이미지는 오히려 더욱 선명하고 색 번짐이 없는 것 같다. 하이엔드 스피커를 멀티채널 프런트 스피커로 쓰는 경우라면 Altitude 32의 룬 렌더링 기능은 커다란 축복이다. 

총평

케이원에이브이 1층 시청실은 여러 차례 들른 곳인데 이번에 제대로 멀티 서라운드 채널의 위력을 실감했다. 무엇보다 서브우퍼 4개가 던져준 가공할 저음의 타격과 천장 애트모스 스피커 4개에서 쏟아지는 음의 폭포는 감탄, 그 자체였다. 일반적인 5.1 채널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세계였다. 

하지만 이 으리으리한 시스템도 ‘제대로’ 된 AV 프로세서가 없었으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일 뻔했다. ‘제대로'의 기준은 명확하다. 여러 3D 음원 코덱을 가능한 한 많이 지원해야 하고, 음원을 출력하는 채널도 가능한 한 많아야 한다. 물론 가짓수만 많다고 능사는 아니다. 트리노브 오디오처럼 연륜과 기술력이 있는 제작사를 찾는 이유다. 

Altitude 32는 이런 맥락에서 현존 최고의 AV 프로세서라고 생각한다. 인터페이스와 스펙은 물론, 이 제품 투입 후 펼쳐진 사운드의 품격과 완성도 역시 톱 티어였다. 하이엔드 홈시어터 시스템의 마지막 단추를 찾는 분들이라면 Altitude 32를 꼭 들어보시길 바란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