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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3~4일 서울 KSPO DOME에서는 윤하의 데뷔 20주년 공연이 열렸다. 이 공연이 눈길을 끈 것은 국내 대중음악 공연에서 처음으로 몰입형 이머시브 사운드(Immersive Sound) 시스템을 적용했기 때문. 천장에 매달린 스피커 클러스터를 포함, 평소 KSPO DOME에 투입되는 물량보다 4배나 많은 스피커를 투입했다. 한 관객은 “용산 아이파크몰 IMAX에서 MX관 사운드를 접한 느낌“이라고까지 했다.

이처럼 제대로 된 이머시브 사운드를 체험하면 전통의 스테레오 사운드는 밋밋하게 느껴지기 일쑤다. 필자 역시 그랬다. 지난 12월 말 오디오 리뷰를 위해 찾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케이원에이브이 1층 시청실에서 필자는 어마어마한 이머시브 사운드를 맛봤다. 천장에 매립된 4개의 돌비 애트모스 스피커를 포함, 9.4.4 채널을 통해 감상한 영화 ‘탑건: 매버릭'은 그야말로 극장보다 더 극장 같은 사운드를 선사했다.

하이엔드 이머시브 사운드의 표준, 트리노브 오디오

이러한 하이엔드 이머시브 사운드를 앞장서서 이끄는 곳이 바로 프랑스의 트리노브 오디오(Trinnov Audio)다. 사명 자체가 3차원을 뜻하는 Tri, 혁신을 뜻하는 Innovation에서 따왔다. 케이원에이브이 시청실의 9.4.4 채널을 이끈 주인공도 트리노브 오디오의 멀티채널 AV 프로세서 Altitude 32였다. 기본 32 채널, 최대 36 채널을 지원하는 Altitude 32가 없었다면 돌비 애트모스 9.4.4 채널은 처음부터 불가능했을 뻔했다.

입에 발린 칭찬이 아니다. 트리노브 오디오 3명의 공동 설립자(CEO 아르노 라보리, CTO 레미 브루노,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책임자 세바스티안 몬토야)는 2000년부터 3D 사운드를 파고들었다. 이들은 2004년 트리노브 설립 직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제114차 AES 총회에서 서라운드 사운드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2005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제118차 AES 총회에서는 룸 음향 보정 및 캘리브레이션 프로그램 옵티마이저(Optimizer)를 선보였다. 옵티마이저는 미국 폭스 스튜디오, 프랑스 라디오 프랑스, 독일 ZDF, 영국 BBC, 벨기에 RTBF, 스위스 TSI, 노르웨이 NRK 등 현재 전 세계 2000여 곳의 스튜디오에서 사용 중인 트리오브 오디오 대표 히트 기술이자 상품이다. 트리노브 오디오가 지금까지 취득한 국제 특허는 옵티마이저를 포함, 50개가 넘는다.

트리노브 오디오는 2000년 이후 쏟아진 멀티채널 서라운드 음원 코덱 개발에도 관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DTS와 협업해 2019년에 DTS:X Pro를 컨슈머 시장에 선보인 것이다. 다른 경쟁업체들보다 최소 1년은 빠른 행보였다. 위에서 언급한 Altitude 32가 DTS 컨텐츠를 30.2 채널로 꽉 채워 렌더링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Altitude 32는 이 밖에도 돌비 애트모스는 풀 24.X.10 채널, Auro-3D는 최대 13.1 채널을 지원한다.

트리노브 라인업과 제품 연보

2024년 2월 현재 트리노브 오디오는 시네마, 프로오디오, 홈시어터, 하이파이, 4개 카테고리에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시네마 카테고리에서는 옵티마이저 기술을 채택한 극장용 디지털 프로세서 Ovation 2, 프로오디오에서는 옵티마이저, 액티브 크로스오버, 베이스 매니지먼트 등 트리노브 핵심 기술을 망라하고 단테, 라베나, AES67 같은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멀티채널 프로세서 MC-Pro 등이 대표적이다.

홈 시어터는 Altitude 32, Altitude 16, Altitude 48 EXT 등의 멀티채널 프로세서와 Amplitude 8, Amplitude 8M, Amplitude 16 등의 멀티채널 파워앰프로 라인업을 짰다. Amplitude 8과 8M은 하이펙스 NCore 클래스 D 모듈, Amplitude 16은 아이스파워 클래스 D 모듈을 채택했다. 하이파이 카테고리에서는 옵티마이저를 지원하는 스트리밍 프리앰프 Amethyst를 선보이고 있다.

홈시어터

• Altitude 32 - 돌비 애트모스 프로세서
• Altitude 48 EXT - 채널 확장 유닛
• Altitude 16 - 돌비 애트모스 프로세서
• Amplitude 8 - 8채널 파워앰프
• Amplitude 16 - 16채널 파워앰프
• Amplitude 8 M - 8채널 파워앰프

하이파이

• Amethyst - 스트리밍 프리앰프

다음은 트리노브의 주요 기술 및 제품 발표 연도다. 

• 2003 설립
• 2005 Optimizer - 룸 음향 보정 및 캘리브레이션 장치
• 2010 ST2 HiFi - 4채널 프로세서
• 2010 MC Pro, ST2 Pro - 스튜디오용 멀티채널 프로세서
• 2012 Magnitude 32 - 32채널 프로세서, 4웨이 액티브 크로스오버 
• 2013 Ovation - 극장용 디지털 프로세서
• 2014 Amethyst - 스트리밍 프리앰프
• 2014 Altitude 32 - 32채널 프로세서 
• 2016 Amplitude 8 - 8채널 파워앰프. 8옴 225W, 4옴 375W
• 2017 Altitude 16 - 16채널 프로세서 
• 2017 Amplitude 8 M - 8채널 파워앰프. 8옴 200W, 4옴 300W
• 2018 Altitude 48 EXT - Altitude 32 확장 유닛
• 2021 Amplitude 16 - 16채널 파워앰프. 8옴 200W, 4옴 400W
• 2021 +4 Channels - 4채널 확장 기술

대표 기술 No.1 옵티마이저 Optimizer

옵티마이저(Optimizer)는 오늘의 트리노브 오디오를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2005년에 처음 선보인 옵티마이저는 현재 전 세계 2000여 스튜디오, 1만여 시스템에서 사용될 정도로 그 성능을 인정받고 있는 룸 보정/캘리브레이션 프로그램이다. 측정을 위한 거리 오차 1cm, 음압 오차 +/-0.1dB의 전용 3D 마이크가 유료 옵션으로 제공된다.

옵티마이저는 마이크 측정을 통해 각 스피커의 위상 특성과 임펄스 특성, 그룹 딜레이를 파악, 이를 최적의 상태로 보정한 후, 이를 토대로 각 스피커의 시간축 특성을 일치시킨다. 멀티 스피커의 이러한 타임 얼라인먼트 과정이야말로 이머시브 사운드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팩터다. 트리노브 오디오가 공개한 옵티마이저 수행 전후 위상 특성과 임펄스 특성, 음압 그래프를 보면 그 효과에 깜짝 놀라게 된다.

한편 옵티마이저 전 과정은 트리노브 오디오 기기의 내장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통해 수행, 저장되며 전 과정은 IP 웹을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 할 수 있다.

대표 기술 No.2 리맵핑 Remapping

리맵핑(Remapping)은 3D 마이크로 각 스피커의 위치를 측정한 후, 특정 사운드트랙에 맞는 최적의 스피커 위치를 가상으로 재배치(리맵핑)하는 기술이다. 대부분의 시청 공간이나 스튜디오가 여러 스피커를 가장 이상적인 위치에 둘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리맵핑이야말로 3D 이머시브 사운드 구현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리맵핑의 모든 설정값 역시 웹 화면을 통해 수치와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다.

대표 기술 No.3 베이스 매니지먼트 Bass Management

베이스 매니지먼트(Bass Management)는 말 그대로 저역 주파수를 관리하는 기술이다. 하이패스 및 로우패스 주파수와 필터 타입, 필터 슬로프를 설정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이 설정값을 연결된 서브우퍼 개수에 제한 없이 모두 적용시킬 수 있다. 또한 특정 스피커의 저역 재생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되면 서브우퍼 대신 인접한 다른 스피커에 해당 저역 주파수를 내보낼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하이트 채널 스피커에 들어가는 저역 주파수도 컨트롤할 수 있다.

주요 제품 No.1 Altitude 32

필자가 보기에 Altitude 32는 이머시브 홈시어터 시스템에 투입할 수 있는 현시점 최고의 레퍼런스 AV 프로세서다. 심지어 룬(Roon)도 된다. 돌비 애트모스는 풀 24.X.10 채널을 디코딩 및 렌더링 할 수 있고, DTS:X Pro는 30.2채널을 네이티브로 렌더링 및 업믹싱을 할 수가 있다. Auro-3D는 최대 13.1채널을 지원한다. IMAX Enhanced? 당연히 된다. 옵티마이저, 리맵핑, 베이스 매니지먼트 등 트리노브 오디오 대표 기술도 모두 지원한다.

• Altitude 32 - 돌비 애트모스 34 채널, DTS:X Pro 30.2 채널, XLR 최대 24 채널, DB25 최대 32 채널
• Altitude 16 - 돌비 애트모스 20 채널, DTS:X Pro 20 채널, XLR 최대 16 채널, DB25 없음

Altitude 32는 기본적으로 16개 아날로그 XLR 단자와 4개 DB25 단자(단자당 8개 채널)를 통해 32개 채널을 출력할 수 있는 AV 프로세서다. 입력과 출력 채널 수에 따라 총 4가지 모델(8-8, 8-16, 16-24, 24-32)이 있는데, +4 채널 소프트웨어에 따라 실제 최대 출력은 36채널에 달한다. 2021년에 도입된 +4 채널 기술은 AES/EBU 디지털 출력 단자(Altitude 16은 S/PDIF)를 컨버터를 이용해 아날로그 출력 채널로 활용한다.

디지털 출력도 된다. 광 1개, 동축 1개, AES/EBU 1개, HDMI 2개(HDMI eARC 1개 포함), DB25 1개 단자를 갖췄다. HDMI 출력의 경우 HDMI 2.1과 DMI 2.3을 지원하고 최대 해상도는 4K 120Hz, 8K 60Hz, 최대 밴드위쓰는 모든 입출력에서 40Gbps를 보인다. HDR은 HDR10, HDR10+, HLG, Dolby Vision 모두 지원한다. 지원 프레임은 4K가 최대 120, 8K가 최대 60이다.

​입력은 디지털(HDMI 8개, 광 2개, 동축 2개, AES/EBU 2개, DB25 1개), 아날로그(스테레오 XLR 2조, 스테레오 RCA 3조, 7.1채널 RCA 1조) 모두 풍성하다. 스펙을 보면 ADC는 SN비 119dB, 24비트/96kHz, DAC은 SN비 118dB, 24비트/192kHz 사양. 네트워크는 UPnP를 지원하고,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인텔 i7을 썼다. DSD 음원이나 PCM 384kHz 음원은 지원하지 않는다.

아티스트   Hans Zimmer
곡   The Dark Knight Trilogy
타이틀   Live in Prague

한스 짐머의 프라하 라이브 실황 중 ‘다크나이트'를 보면, 처음부터 그냥 ‘리얼’이고 ‘박력’이다.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고, 드럼과 일렉기타의 묵직한 파워가 전해지는 모습이 2채널 스테레오와는 비교 불가다.

스톤헨지 돌기둥처럼 9개 스피커가 필자를 빙 둘러선 데다 서브우퍼 4개, 애트모스 스피커 4개까지 가세했으니 무대는 홀로그래픽하고 에너지는 광풍처럼 몰아친다. AV 프로세서 품질이 좋아질수록 음 하나하나가 단단해지고 시청실의 빈 공간이 여러 음들로 꽉 채워지는 것을 체감했다.

감독   Joseph Kosinski
주연   Tom Cruise, Miles Teller 
타이틀   Top Gun: Maverick

영화 ‘탑건: 매버릭'은 더 놀라운 충격을 안겼다. ​다크스타 이륙 신을 보면, 기대했던 대로 전투기의 굉음이 시청실을 꽉 메우고 톰 크루즈의 딕션이 이상할 정도로 깨끗하게 잘 들린다.

시청에 투입된 메리디안 액티브 스피커의 기본 됨됨이가 워낙 뛰어난 덕도 있지만, Altitude 32 같은 레퍼런스급 AV 프로세서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 퍼포먼스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마하 10을 돌파 장면에서는 필자의 손에서 땀이 났다. 전투기 4대 출격신에서는 3D 사운드의 가공할 음압과 속사포 같은 방향 전환에 현기증마저 났다.

주요 제품 No.2 Amplitude 8

트리노브 오디오는 멀티채널 파워앰프에도 혁신이 가득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로 하이파이 오디오에서만 사용하던 하이펙스의 NCore 출력 모듈을 홈시어터 멀티채널 파워앰프에도 투입한 것이다. NCore는 클래스 D 증폭의 대가 브루노 푸제이가 하이펙스 재직 시절에 개발한 클래스 D 출력 모듈로 그 뛰어난 스펙과 퍼포먼스로 벨칸토, NAD, T+A 등 여러 제작사에서 앞다퉈 투입하고 있다.

Amplitude 8은 이 NCore NC1200 모듈을 투입, 채널당 8옴에서 225W, 4옴에서 375W를 내는 8채널 파워앰프다. 동생 모델 Amplitude 8M은 NCore NC500 모듈을 투입, 8개 채널당 8옴에서 200W, 4옴에서 300W를 낸다. 이에 비해 총 16개 채널을 출력하는 Amplitude 16은 아이스파워 클래스 D 모듈을 채택, 8옴에서 200W, 4옴에서 400W를 낸다.

• Amplitude 8 - NCore, 8옴 225W, 4옴 375W, 댐핑팩터 6000, SNR 125dB
• Amplitude 8 M - NCore, 8옴 200W, 4옴 300W, 댐핑팩터 800, SNR 120dB
• Amplitude 16 - 아이스파워, 8옴 200W, 4옴 400W, 댐핑팩터 2340, SNR 126dB

Amplitude 8은 기본적으로 Altitude 32에 최적화된 멀티채널 파워앰프다. Altitude 32 출력 레벨에 Amplitude 8의 입력 레벨을 맞춘 것인데, 이렇게 되면 다이내믹 레인지나 SN비에서 유리하다. 트리노브 오디오에 따르면 실제 백그라운드 노이즈가 6~8dB 감소했다고 한다. 전후좌우, 위아래, 모든 방향에서 여러 개의 스피커를 투입하는 이머시브 오디오 환경에서 이 높은 SN비는 사운드의 명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계상으로는 4채널 NCore 앰프 모듈 2개가 독자적인 리니어 전원부, 이에 따라 AC 인렛도 2개를 거느리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Amplitude 8인 8채널 멀티 파워앰프임에도 2옴에서 500W를 낼 수 있는 배경이다.  스펙 중에서는 댐핑팩터가 6000에 달하는 점(Amplitude 16은 2340, Amplitude 8 M은 800), 인터페이스 중에서는 8개 채널 입력을 아날로그 XLR 단자 8개 또는 DB-25 단자 1개로 받을 수 있는 점이 돋보인다.

주요 제품 No.3  Amethyst

트리노브 오디오의 유일한 2채널 스테레오 프리앰프가 바로 Amethyst다. 12개 아날로그/디지털 입력과 디지털 볼륨, 12개 아날로그/디지털 출력을 갖춘 프리앰프 기능은 기본이고, 액티브 크로스오버, 24비트/192kHz DAC, 포노 스테이지, 유무선 네트워크 렌더러를 하나의 섀시 안에 담았다. 당연히 옵티마이저도 지원한다.

스트리밍의 경우 이더넷, 와이파이 네트워크, UPnP/DLNA 프로토콜, RAAT 프로토콜을 지원한다. Amethyst가 룬 레디 플레이어라는 얘기다. 액티브 크로스오버 기능도 있기 때문에 바이앰핑이 가능하고, 베이스 매니지먼트를 통해 최대 2개의 서브우퍼 출력을 정밀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 워드클럭 입출력을 위한 BNC 단자 2개도 갖췄다.

총평

돌비 애트모스 9.4.4 채널을 통해 직접 확인한 트리노브 오디오 프로세서의 기능과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서브우퍼 4개가 던져준 가공할 저음의 타격과 천장 애트모스 스피커 4개에서 쏟아지는 음의 폭포는 감탄, 그 자체였다. 사전에 3D 마이크와 옵티마이저 프로그램, 리맵핑 및 베이스 매니지먼트 소프트웨어를 활용, 룸 음향과 스피커 얼라인먼트를 모두 끝낸 덕도 크다.

뿐만 아니다. 트리노브 오디오는 믿고 듣는 NCore 클래스 D 모듈로 8채널 파워앰프를 마련했고, 스테레오 오디오 유저를 위한 룬 레디 네트워크 플레이어 겸 DAC 겸 프리앰프도 출격시켰다. 트리노브 오디오가 자신들의 슬로건으로 ‘디지털 룸 커렉션과 이머시브 사운드‘를 내세운 것은 옳다. 현시점, 트리노브 오디오는 이머시브 사운드를 하이엔드로 즐길 수 있는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