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오디오의 구매를 결정짓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디자인이라는 것은 꼭 오디오에만 국한된 잣대는 아니다. 우리 생활 주변의 모든 것들이 일정한 형태의 디자인을 갖고 있는 만큼, 가히 디자인의 홍수 속에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얼마 전에 넥타이를 하나 고르려고 숍에 갔다가 그만 질려버리고 말았다. 저 많은 제품들 중에 도무지 뭘 골라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결국 선택을 포기하고, 다음을 기대하고 말았는데, 거의 질려버릴 만큼 많은 디자인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대리 창작”이라는 것이다. 즉, 직접 본인이 창작하지 않아도, 이미 나와있는 숱한 옵션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일종의 창작 행위라는 것이다. 이미 넥타이 숍에서 경험했듯, 수많은 디자인 중에 자신의 기호와 아이덴티티에 맞는 제품을 고른다는 것이 상당한 고민과 갈등 속에 이뤄지기 때문에 일종의 창작으로 간주되는...

요즘은 좀 뜸해진 것 같지만 자기소개서에 취미를 적는 곳이 빠지지 않고 포함되는 적이 있었다. 만일 취업이나 입학을 위한 양식이라면 법정소송까지도 갈 수 있는 해괴한 양식이 아닐 수 없다. 한동안 끈질기게 이 취미를 물어보았고 비단 취업면접 뿐 아니라 맞선자리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른바 '아이스 브레이크' 의 메뉴로 활용되기도 했다. 어차피 어색한 자리에서 진정으로 남의 취미가 궁금한 것도 아닐 테고, 또 암벽등반이나 스쿠버다이빙 같은 다양한 취미가 존재하던 시절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답변으로는 영화감상, 독서, 여행과 같은 단골메뉴가 존재하였고 더불어 음악감상은 아주 좋은 모범답안 중에 하나였다. 이 단골메뉴들의 공통점은 바로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고 또 검증 불가능한 것들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 여기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음악감상은 오디오취미와 아주 갈래가 다른, 다시 말해서 완전히 다른 분야라는 점이다...

스칸디나 (Scandyna) 는 덴마크 회사로서 B&W에서 분사된 Blueroom이라는 회사를 인수한 이후 스피커를 비롯한 다양한 오디오 기기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이다. 필자가 처음 스칸디나의 제품을 접한 것은 물방울과 같은 형상으로 만들어진 The Drop이라는 스피커였는데, 그 창의적인 디자인에 감탄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스칸디나는 스피커 이외에 아이팟 주변 제품들도 만들고 있을 뿐더러 앰프도 만들고 있음을 미리 주지한다. 관심 있는 분들은 www.podspeakers.com 으로 접속하여 제품들을 한 번 보시길. 단순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예쁜 오디오 카탈로그를 보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산업디자인의 최 첨단을 일별하는 듯하다. 리뷰를 위해 집으로 배달되어온 스칸디나의 Midipod 과 Bigpod 이라는 두 종류의 스피커를 풀어보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초등학생 우리 딸이 참 예쁘게 생겼다고 한 마디 거든다. 아무튼 정말 앙증맞고 귀엽게 생겼다. 그리...

메리디안은 원대하고 혁신적인 비젼을 가지고 있는 업체다 . 그리고 그런 비젼을 구현시킬 수 있는 핵심능력을 갖췄다 . 미래지향적인 메리디언의 비전에 비하면 G 시리즈의 CD 플레이어는 보수적인 오디오 패러다임에 속해있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 그래도 이 제품은 오디오 애호가들이 훌륭한 메리디언의 디지털 기술을 만끽할 수 있게 해주는 대중적인 접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 G08 이 나온 지 벌써 5 년이 되었고 메리디안은 몇 가지 변경을 한 G08.2 를 내놓았다 . G08 은 기존의 메리디안 CD 플레이어와 구별되는 특성을 가진바 있다 . 150MIPS 급의 처리 능력을 갖춘 DSP 를 통해 44.1kHz, 16 비트의 디지털 오디오 데이터를 176.4kHz, 24 비트로 업샘플링 시켰고 , 3 단 버퍼링 시스템과 리클러킹 기술을 채택하여 지터를 억제시켰다 . 또한 88.2kHz, 24 비트로 업샘플링한 디지털 출력을 지원하기도 했다 . 형광 디스플...

처음 사운드 카드 시청과 대담을 요청 받았을 때 처음 떠오른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아니 무슨 오디오도 아니고, 고작 사운드 카드를 갖고 비교 시청을 한단 말이냐? 이런 작은 기기에 무슨 부품이 얼마나 들었다고 분석까지 한단 말인가? 심지어 이제는 이런 기기도 평을 해야 할 만큼 평론가의 위치가 초라해졌단 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야말로 만만히 봤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세팅된 음을 들었을 땐, 정말이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이거 CD 플레이어에서 나오는 소리와 다름이 없잖아! 당연히 기기마다 음색이며 해상력 등에서 차이가 났고, 만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충실히 반영되고 있었다.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전에는 박성수씨가 “피씨 파이”, “피씨 파이” 하고 설명할 때엔, 그냥 피자 파이 정도로만 넘겨듣고 말았는데,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닌 것이다. 제품의 성능이나 가격대도 천차만별인 데다가, 향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일정하게...

최근 필자는 줄잡아 10종이 넘는 사운드카드를 연이어 시청했다. 내장 사운드카드로는 온쿄의 SE-200PCI ― 현재 필자는 이 제품을 데스크 탑 PC에 설치하여 초소형 PC 파이 시스템의 사운드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 외장 사운드카드로는 스타일오디오의 캐럿-패리도트와 캐럿-루비, SOtM(솜이라고 읽는다)의 mDAC-2v ․ dx-USB, 케임브리지 오디오의 DAC 매직, 에이프릴 뮤직의 스텔로 DA 100 Signature ,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코데트 ― 이 회사의 레퍼런스 모델인 QBD76은 아직 시청하지 못했다 ―, 벤치마크의 DAC1 USB와 DAC1 프리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최근 슬림 디바이스의 스퀴즈 박스 듀엣, 몬도 시스템의 민트 등과 같이 무선 스트리밍 기능을 중심으로 하이파이 시스템과 PC를 통합하는 제품 또한 시청한 바 있다. 최근 시청한 제품 목록을 적고 보니, 꽤나 필자가 많은 제품들을 시청한 것처럼 보이지만...

몇 달 전, 박성수씨를 만났을 때의 일이다. 가끔 용산에 있는 그 분의 작업실에 들러 본인이 손수 타주는 명품 커피도 맛보고, 클래식 음악도 들으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그 날 따라 실내가 어수선했다. 특히 컴퓨터 주변으로 작은 스피커며 앰프며 USB 코드가 잔뜩 널려 있어서, 무슨 PC 수리점에 온 듯했다. 대체 무슨 일이라도 생겼냐고 묻자 요즘 PC 파이 (PC-Fi) 에 대해 연구 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PC 파이? 무슨 피자 파이가 아니고? 이 분야에 생소한 필자에게 박성수씨는 기초 개념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줬지만,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과연 필자는 이 분야에서는 캄캄하구나, 그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잠깐 이번 사운드카드 시청을 함께한 박 부장은 현재 TS 엔터프라이즈의 eBiz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분으로서, 오랜 기간 IT 관련 사업에 종사한데다가, PC 파이 분야의 태생부터 현재까지의 발전 과정...

2008 년 이 스피커를 웹사이트에서 처음 접했을 때 첫 인상은 마치 딱 베이글을 네 조각으로 자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동시에 왜 아무도 그 동안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나씩 쪼개서 낱개로 사용할 수도 있고, 두 개를 붙여 페어로도 가능하고 네 개를 동그란 베이글 모양으로 천정에 설치하여 마치 실내 체육관의 위에 달린 것 같은 효과를 연출할 수도 있다. 그 동안 코너를 위해 삼각 형태로 후면 배플을 좁힌 제품들은 보아 왔지만, 말 그대로 베이글을 네 조각으로 자른 것 같은 디자인 발상은 정말이지 참된 이노베이션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청취를 위해 필자에게 전달된 박스는 하나씩 개별로 담긴 두 개의 박스였다. 통상 대부분의 스피커들이 페어로 판매를 하는 반면, 본 ‘콘트롤 나우' 는 자유자재로 꾸미라는 뜻에서 아예 한 개씩 개별 포장을 하여 1 개씩 구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실제 크기는 웹 사진상으로 보...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일이 참 많다.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 그렇다. 우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공간은 데드하지도 너무 라이브하지도 않도록 최선을 기울이고 가급적 좌우가 대칭이어야 좋다. 천장은 높을수록 좋고 벽면이 난반사를 일으키도록 처리되어 있어야 좋다. 그리고 심리적 요인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아늑한 인테리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양질의 전기가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아쉽게도 모든 오디오 기기가 전기를 필요로 한다. 좋은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전원장치가 동원되기도 하고 다양한 선재와 터미네이션이 준비되기도 한다. 이렇게 준비가 된 상태에서 또 필요한 것이 잘 녹음된 음원이다. 음질과 내용을 만족하는 음원들을 확보해야 하는데 어찌 보면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수많은 CD 와 LP 들 가운데 어느 것이 좋은 것인지 구별하기는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주로 시행...

대학에 다닐 때, 프랑스 문화원을 줄창 다녔다. 살레 르느와르라는 소규모 시네마테크에서, 당시로서는 귀한 16mm 필름으로 프랑스의 고전 영화를 하루에 네 편씩 상영했기 때문이다. 어떤 날에는 아예 학교를 빼먹고 온종일 영화를 본 적도 있었는데, 덕분에 극장 문을 나설 무렵에는 현기증이 나고, 다리에 힘이 빠져버렸다. 그래도 마음속에는 고다르, 트뤼포, 샤브롤, 로메르 등 기라성 같은 누벨 바그 감독들에 대한 흠모와 동경이 있기에, 이들의 영화만으로 하루를 보냈다는 사실이 그렇게 뿌듯할 수 없었다. 이런 오타쿠적인 기질은 결국 재즈에서 마일스, 콜트레인, 빌 에반스 등으로 옮겨가지 않았나 싶고, 오디오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도 새로운 기기를 만나거나 예전에 동경했던 브랜드의 신작을 보면 마음이 설레고, 궁금증이 앞선다. 그러니 기를 쓰고 오디오 쇼에 가서 하루 종일 소리를 듣느라 생고생을 하고, 누가 무슨 기기를 들였다고 하면 불원천리를 마다하지 않고 가서...

KEF의 레퍼런스 시리즈가 새롭게 개량된 모습은 2007년 뮌헨 쇼에서 처음 접했다. 블랙 피아노 마감이 된 207/2를 비롯한 여러 제품들이 마침 홈 씨어터 관련 시연을 하고 있었는데, 그 시원시원하고, 스피디하며, 파워풀한 음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분명 모든 면에서 전작을 능가하는 퀄리티였다. 시연한 곳은 상당히 공간이 넓었는데, 구석구석 빈틈이 없을 정도로 음을 가득 채우는 모습이 과연 압권이었다. 나중에 2채널 중심의 하이파이 시연도 곁들였는데, 이 역시 좋았다. 디테일이 풍부하면서도, 다이내믹스가 뛰어나고, 밸런스가 탁월했다. 특히, 저역의 컨트롤이 좋아 바닥을 두드리는 파워와 에지가 명확하게 잡혀 거듭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과연 KEF가 단단히 결심을 하고 나왔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이어서 이듬해에 야심작이 출시되니 바로 뮤온(Muon)이다. 뮤온이라는 입자를 상품명으로 내세운 데에는, 마치 나노처럼 미세한 입자를 동원해서 첨단의 테크...

심오디오는 1980년에 설립하여 고품질의 홈 엔터테인먼트 음악과 서라운드 시스템 관련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1990년대부터는 우수한 성능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심오디오 본사 홈 페이지에는 세계의 곳곳에서 나타난 경쟁제품들을 물리치며 각종 매체에서 뽑힌 심오디오의 제품 목록이 실려있다. 이 수상 목록은 한 화면에 담기지 않을 정도로 길다. 그런 결과를 가져오게 했던 것은 기적이 아니며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충족이 되었고 다른 제품에 비해 경쟁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시간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는 외양, 아이언 맨 같은 만듦새, 훌륭한 소리, 그러면서도 비싸지 않은 가격 등이 그런 요소라 할 수 있겠다. 타협하지 않는 소리를 재생하고 고장이 나지 않도록 신뢰성을 가져야 하나 가격은 상승하지 말아야 한다는 개발 목표는 모순관계에 있다. 이런 모순은 기존의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진보된 기술로만 해결할 수 있다. 심오디오...

수년 전부터 몰아치고 있는 아날로그 열풍은 더 말할 나위도 없고, 최근에는 PC 파이라는 새로운 분야― ‘하이파이’에서 유래한 생경한 조어법에 대하여 마뜩찮게 여기는 애호가도 적지 않지만 ―까지 대두되고 있는 복잡다단한 오디오 환경을 떠올려 보면, 요즘 애호가들은 레드북 CD에 대하여 애증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제 수명을 다해 가는 구시대의 유물 대접을 받고 있지만, 함부로 폐기 처분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떠받들 수도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 바로 CD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말은 똑바로 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이런 질문을 던져 보자. CD 자체의 생명력이 소진해 가고 있는 이유가 음향의 완성도 때문인가? 온오프라인에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는 매체 환경 때문인가? 이들 질문에 대하여 필자는 언제나 후자라고 대답한다. 그 이유는 CD 음향의 완성도는 현재 최전성기에 도달했다고 해야 옳기 때문이다. ...

지금 장안의 화제를 몰고 있는 앰프가 바로 테너다. 현재까지 파워 앰프 두 종만 소개된 상황인데도, 이토록 많은 애호가들이 탄복을 하는 경우가 드물어서 이래저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어서, 필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놀랍지 않다. 이미 테너가 여러 종류의 스피커와 연결된 음을 들은 바 있거니와, 최상의 매칭에서 어느 정도의 소리를 내는지도 알고 있다. 이번 기회에 본격적인 리뷰를 쓰게 되었으니, 그간에 얽힌 테너와의 사연을 좀 소개하기로 하겠다. 처음 테너 오디오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약 3년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잘 아는 수입상 시청실에 낯선 파워 앰프가 있길래, 이번에 새로 수입하는 것인가 물었더니 담당 직원이 손사래를 친다. 자기 회사와 거래하는 단골이 위탁 판매로 내놓은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주인이 K사장으로, 필자와도 안면이 있는 분이려니와, 그 분의 오디오 내공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당연...

웩 더 독 (Wag the dog).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말이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휘둘려 정작 주요한 몸통이 끌려 다닌다는 의미로 정치나 경제 쪽에서 우화적인 표현으로 한 동안 회자 되었던 말이다. 그런데 꼬리인 줄 알았던 그것이 더 이상 꼬리가 아니었다면? 케이블에 투입되는 자원이 전체 시스템에 5%가 옳으네 10%가 옳으네 하던 시절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OFC인가 아닌가 혹은 6N인가 8N인가에 초미의 관심을 기울인 적이 있다. 그리고 잠시 후 각종 케이블에는 큼지막한 도시락통이 달려나오기도 했고, 곧이어 은도금 선을 거쳐 순은선이 나오기 시작했다. 각종 단자의 홍수 속에 드디어 순금선이 등장하더니 단자에는 각종 희토류 금속들이 채용되었다. 그 와중에 무럭무럭 커져버린 케이블의 비용은 쉽게 시스템의 하드웨어 가격을 넘어 버렸다. 그리고 각종 케이블의 존재와 의미는 시스템의 주요한 요소로 인식되는 시기가 되었다. 고가의 케이블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