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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낮에 왜 이렇게 길이 막히는 것이냐고 투덜대면서 하이파이 시청실로 서둘러 들어선 필자를 맞이한 것은 하이파이 클럽의 대표의 웃는 낯이었다.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레퍼런스 음반들을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정리하고, 시청실에 도열해 있는 기기들의 면면을 살피기 시작한다. 이번에 필자가 시청할 기기는 에어 어쿠스틱에서 내 놓은 새로운 프리앰프인 KX-R, 그리고 기존의 대표 모델인 MX-R 모노럴 파워 앰프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가? 에어 어쿠스틱의 앰프 세트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찾기 쉽지 않다. 그 이유라면 초대형 시스템들로 가득 차 있는 하이파이 클럽 시청실의 시스템 환경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게만 볼 일도 아닌 것 같다. 에어 어쿠스틱을 대표하지만, 무제한으로 물량을 투입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일반적인 하이엔드 앰프 설계 경향과는 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앰프 세트가 바로 K...

하이엔드 케이블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잡은 킴버 케이블은 오디오와 관련된 모든 종류의 케이블을 엔트리 모델에서부터 최상급의 모델까지 골고루 보유하고 있다. 킴버 케이블은 등락이 심한 하이엔드 지향 케이블 시장에서 사용자들로부터 꾸준한 지지를 받아왔다. 그 이유는 제품 자체의 우수한 성능에다 철저하게 가치를 관리하는 체제를 갖추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동안 하이엔드 수준의 케이블을 제공하겠다는 케이블 회사는 많았지만 긴 세월 앞에 버티지 못하고 맥없이 나가떨어졌던 것은 모델을 자주 변경함으로써 애써 얻은 지지세력을 놓쳤기 때문인 것 같다. 반면에 킴버는 자사의 제품을 오래도록 공급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어서 한번 제품을 구입한 고객은 항상 현재 생산모델을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줬다. 게다가 킴버는 제품 개발이 철저해서 회사의 사운드 폴리시를 벗어난 제품을 내놓은 적도 없으려니와 제품의 레벨과 가치는 정확하게 가격...

느리지만 확실하게, 하이엔드를 향한 사이러스의 발걸음 사이러스 CD XT SE (트랜스포트) 사이러스 DAC XP (D/A 컨버터 / 프리) 사이러스 PSX-R (파워서플라이) 1980년대에서 90년대 초에 이르는 기간에 제일 사랑받은 제품은 아무래도 영국제 인티 앰프가 아닐까 한다. 가격도 저렴했고, 디자인도 예뻤으며, 무엇보다 소리가 좋았다. 또 매칭할 만한 북셀프 스피커가 다양했으므로, 거의 브리티쉬 인베이션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많은 브랜드들이 바다 건너 한국에 상륙했던 것이다. 네임, 캠브리지, 크리크, 뮤지컬 피델리티, 오라, 스털링 ... 이쯤 되면 분리형인 쿼드는 하이 엔드 기종에 속하며, 진공관 계열인 비어드나 레드포드가 되면, 세상 부럽지 않은 시절이었다. 그 중심에 사이러스가 있음은 물론이다. 사이러스. 참 그 당시 필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앰프로, 다소 차갑고, 정교한 네임과 비교할 때 조금은 풍윤하고...

오디오계의 고수라는 분들을 가끔 만날 기회가 있다. 대개는 그들이 사용하는 기기나 지금껏 써봤던 제품에 대한 평들이 이어지는데, 그 때마다 필자는 꼭 이런 질문을 던진다. "과연 오디오에서 제일 기본이 되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럴 때마다 표현은 다르지만, 결국 답은 다음과 같다. “전원과 바닥.” 한결 같다. 뭐 오디오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스피커다 혹은 소스다 하지만, 그런 말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이 항목인 것이다. 아마 이 말에 토를 달거나, 반대를 할 분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 바닥이야 일종의 룸 어쿠스틱에 관계된 만큼, 단순히 단단한 대리석을 스피커나 파워 앰프 밑에 까는 것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운용하는 기기나 방의 사이즈, 세팅 등 변수가 워낙 많아 일률적으로 뭐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어찌 보면 흐르는 세월과 함께 매번 고치고, 개선해서 완성하는 세계가 아닐까 한다. 그런 면에서 진정한 고수의 세계이기도 ...

누군가 내게 와트 퍼피나 B&W가 이젠 지겹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다. 그러고 보니 한참을 써 온 스피커 들이다. 잠시 생각에 빠진 후에 카르마를 써 보고 싶다고 했다. 아마도 세라믹 시리즈 정도면 가용한 범위에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야무지고 적절한 크기와 단단한 음질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세라믹은 좋은 이미지로 내게 남아 있다. 그리고 나서 한참 후에야 카르마의 다른 대부분의 모델들이 엄청난 가격을 매겨놓고 있으며 스피커보다 훨씬 비싼 케이블도 팔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일단 위시 리스트에서 잠시 빼어 놓게 되었다.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고 싶은 콤플렉스가 숨어있는 까닭에 그렇다. 그런데 카르마의 상위 모델을 시청하는 기회가 왔다. 바로 Exquisite MIDI다. 일단 카르마에서 Exquisite라인에 들어와 있다는 것은 기본은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Ceramique 라인이 ...

음반평론가 및 오디오평론가로서 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줄곧 북셀프 스피커를 레퍼런스로 사용해왔다. 그 이전에는 현재의 리스닝룸 (약 4평, 3.2 x 4.5미터)에서 탄노이의 GRF 메모리, 린의 이소바릭 DMS등의 비교적 대형 스피커 시스템도 별 무리 없이 구동한 경험도 있지만, 소리의 성격이나 음질의 수준을 떠나 주어진 공간에서 “덩어리가 큰” 소리를 여기저기 깎아내면서 필자의 방에 맞추어 나가는 작업이 굉장히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스피커는 셀레스쳔 SL700과 ATC SCM20이다. 서로 다른 개성의 스피커 두 조를 그때 그때 구미에 맞추어 번갈아 구동하며 음악을 듣고 있는데, 아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북셀프 스피커로 나만의 니어필드 리스닝을 추구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이에 대한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한 방법론을 이야깃거리로 글을 써도 적지 않은 분량의 원고가 될 수 ...

‘봄날의 따스한 햇살로 드넓은 음악의 평원을 삼삼하게 물들이는 스피커! 기척도 내지 않는 사뿐한 발걸음으로 음악에 내재된 봄날의 꿈을 소담스럽게 노래하는 스피커! 그러나 이처럼 나긋하고 아련하기에, 그저 연약하기만 할 것이라고 만만히 여기기 쉽지만, 정작 우아하게 굽이치는 선율선과 아련하게 떠오르는 색채 표현 속에 쉽게 꺾이지 않는 강단과 꿋꿋한 줏대를 감추고 있는 스피커!' 달리의 헬리콘 400 Mk2 ,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달리 헬리콘 400 Mk2 25 주년 기념 한정판이라는 다소 긴 이름의 이 스피커가 추구하는 음향을 필자는 이상과 같이 정리하고 싶다. 1인치 구경의 실크 돔 트위터와 2인치 리본 트위터를 가지고 27kHz에 이르는 초고음역을 구동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하이 스피드 - 광대역 재생을 지향하는 스피커의 전형이다 . 그러나 생뚱맞은 냉철함보다는 아늑한 탐미주의를 지향하는 스피커이며, 현대 스피커가...

과연 이상적인 턴테이블은 무엇일까? 처음 베이시스의 데뷔를 보면서, 필자는 이런 어프로치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정확하며, 합리적인 방향이 아닐까 생각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일단 세팅이 쉽고, 작동이 간편하며, 트레이싱이나 모터 등 기본 능력이 출중하다는 뜻이다.특히, 데뷔는 받침대를 주먹으로 쾅쾅 내리쳐도 아무런 충격이 플래터에 가해지지 않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 음악을 재생할 뿐이다. 정말 신기하기 짝이 없다. 베이시스 턴테이블의 기본 개념은, 어찌 보면 턴테이블의 이상을 구현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절묘하다. 말하자면 플로팅 방식과 리지드 방식의 장점을 골고루 취했다고나 할까? 사실 턴테이블 애호가들은, 마치 중국집에 가서 짬뽕을 시키면 자장면이 먹고 싶고, 자장면을 시키면 짬뽕이 먹고 싶은 심리로, 오랫동안 이 두 가지 타입에서 갈등해왔다. 물론 두 타입을 모두 갖고 있으면 불만이 없겠지만, 어디 그게 쉬운 ...

지난 CES 쇼 때의 일이다. 숱한 신생 업체들이 들어선 부스를 지나다 보니, 참 전세계는 오디오 분야에서도 일대 전쟁을 치르는구나 새삼 혀를 내두르고 말았는데, 그 중엔 베트남에서 온 업체도 있었고, 타이완에서 온 업체도 있었다. 베트남의 경우, 아예 미국인 엔지니어들을 고용해서, 그들에게 마케팅까지 맡기고 있었다. 거대한 진공관 모노 블록 앰프와 CDP, 스피커 등을 통째로 만들었는데, 꽤 소리가 좋았던 기억이 있다. 타이완의 부스도 마찬가지. 수려한 디자인에 다양한 모델 그리고 깔끔한 고객 상담까지, 뭐 트집잡을 만한 구석도 없었고, 가격도 물어보니 놀랍도록 저렴했다. 대체 이 가격에 이런 스피커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의심이 갈 정도로 말이다. 공짜 커피에 먹거리도 푸짐하게 비치되어, 사람들이 들끓을 만하겠구나 잠시 고개를 끄덕거린 기억이 난다. 이렇게 쓰면, 중국에 하청을 주면 되지 않느냐 반문하겠지만, 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대개 JBL 하면, 어딘가 회고적이고, 애호가들의 평이 극단적으로 나뉘어 있는 브랜드로 인식된다. 물론 그 찬란한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21세기. 과연 혼을 중심으로 한 스피커가 이 시대에도 유용한가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이 많은 것이다. 이런 의견을 종합하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혼 스피커는 어딘가 멍청하다.” “혼 스피커는 음장이 형성되지 않는다.” 그 외에도 많은 편견이 개재하지만, 여기는 혼 스피커를 옹호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므로 생략하겠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우선 혼이 멍청하다는 편견부터 보자. 사실 필자는 많은 스피커들을 섭렵하면서 혼 나름대로의 매력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뚜렷한 개성도 있기 때문에 애호가들의 호불호가 갈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혼이 멍청하다고? 만일 1950년대나 60년대에 만들어진 혼이라면 수긍이 간다. 또 저가형으로 대충 만들어...

생소한 제품을 받았다. DLS라는 상표가 붙어있는 서로 비슷하게 생긴 SACD 플레이어와 인티앰프. 낯선 브랜드의 제품을 파악하여 리뷰하는 것은 가끔 겪는 일이지만 무척이나 어렵다. 국내 수입원에서 브랜드의 배경과 제품의 설계 목적 또는 하드웨어의 특성들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알려주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자상하고 전문적인 배려는 아직 우리 시장 환경에선 쉽지 않은 일. 별 수 없이 열심히 조사해 보는 수밖에 없다. DLS는 스웨덴에 본사를 둔 브랜드로서 1980년에 창립되었고 주로 차량용의 앰프와 스피커들을 제작하며 성장한 회사이다. 이들은 특히 스피커에 있어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발전했는데, 프랑스의 포컬과 같이 자체 유닛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대형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들의 홍보자료를 보면 전 세계 30여 나라에 자사의 제품들을 수출하고 있으며 생산 규모 면에서도 세계 빅 3에 포함된다고 자랑하고 있다. 평소 알고 지...

최근 헤드파이 (Head-fi) 라는 신조어와 함께 헤드폰과 이어폰도 음질을 중시한 고급형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 헤드폰을 제조하는 업체는 꽤 많지만 통상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면서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브랜드라면 독일의 젠하이저와 오스트리아의 AKG 그리고 일본의 오디오 테크니카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 AKG 사는 2000 년 들어 하만 그룹으로 인수 합병된 후에 디자인 적인 측면에 있어 현대적인 감각이 많이 가미하고 있고 , 특히 아이팟을 염두한 이어폰이나 휴대용 헤드폰도 최근 출시하고 있다 . 물론 고급형 헤드폰의 업그레이드도 잊지 않고 최근에는 기존의 스튜디오 시리즈를 MK II 로 업그레이드 하거나 새롭게 HD 시리즈를 출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리뷰를 진행하게 된 제품은 그동안 AKG 사의 주목받는 간판급 K701 의 후속 상위 제품으로 K702 제품이다 . 6 월 18 일 라스베가스에서 열였던 인포콤에서...

필자는 미국에 머물렀던 80년대 중반부터 줄곧 CD를 주된 매체로 음악을 들어왔다. 90년대 초반에 다시 서울로 돌아온 후 음악 칼럼니스트 및 음반 평론가로서 활동하면서 한편으로는 메이저 음반 레이블의 국내 라이센스 CD 해설지를 쓰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음반 컬렉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 미국에서 돌아올 때 약 500장 CD와 500여장의 LP를 가지고 들어왔는데 90년대를 지내면서 CD는 금세 5000장으로 늘어났다. 최근 몇 년간 중복되는 CD등을 정리했음에도 아직 4000장 정도로 갖고 있다. 모두 소중한 음원들이지만 가끔씩 짐이 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LP를 다시 듣기 시작했는데 린의 LP12를 들여놓은 것이 그 계기였다. 소위 말하는 네임 LP12 시스템이었는데 LP12 에 네임의 아로 톤암, 프리픽스/하이캡 포노스테이지, 아마겟돈 파워 서플라이 등으로 구성된 풀 시스템에 카트리지는...

이십 년 쯤 되었을까, 필자는 수유리 근처에 작은 집에서 독립된 생활을 시작했다. 지금 사는 집에 비하면 아주 작은 집의 3층에 살았는데, 층간 바닥의 두께가 얇은 탓에 아이들이 놀러 와 뛰어다닐 때면 바닥이 울리는 것이 몹시 불쾌했을 뿐더러 그 상황을 견디기가 무척 힘들었다. 나는 그 이유를 미국에서 경험했던 지진 덕분에 알게 되었다. 우리는 단단한 땅 위에서 견고하게 두 발을 딛고 살아간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리고 바다 위를 달리는 여객선 위에서 견딜 수 있는 것은 곧 단단한 땅 위로 올라갈 것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굳게 믿고 있는 대지가 제멋대로 흔들거리는 것은 사고방식에의 엄청난 도전이요 방자한 일탈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진으로부터 공포와 불쾌함을 느낀다. 경험을 해 보신 분은 알겠지만 지진은 정말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다. 나는 음악을 듣는 경우에도 과도한 저음을 피하는 편이다. 이는 AV 에도 해당되어 서브우퍼의 게인을 최소화 해 ...

몇 년 전에 홍대 앞에 자주 가던 술집이 있었다. 주인과 안면도 있는데다가, 그 역시 대단한 음악광이어서, 카페 한쪽 벽에는 숱한 LP와 CD가 가득 채워져 있었으므로 어떤 음악이든 골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애호가 입장에서는 그냥 바라만 봐도 배가 부를 만큼, 컬렉션의 다양함과 깊이가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특히, 블루스에 상당히 심취되어서, 흥이 나면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음반을 척 걸어서 필자의 콧대를 꺾곤 했다. 아무튼 좋아하는 음악과 친구가 있어서 꽤 자주 들렀던 것 같다. 한데 이곳은 실내가 40평쯤 되는 데다가, 천장도 꽤 높아서 오디오 설치하기엔 이상적이었으므로, 갈 때마다 나도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한숨을 쉬곤 했다. 한때는 매킨토시와 보스 901 조합으로 강력한 록 음악을 선사하기도 했지만, 그 친구가 마흔이 넘어서면서 좀 더 부드럽고, 에너지가 덜 소진되는 시스템을 찾게 되었다. 몇 번인가 시스템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지켜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