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폼페이에 갔을 때의 일이다. 거의 2천년 전에 멸망한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당시 로마의 문명이 얼마나 웅장하고 또 합리적이었나 실감할 수 있었는데, 그러다 작은 극장을 하나 만날 수 있었다. 한 300~400명은 들어찰 만한 아담한 사이즈로, 여기서 연극이나 음악회를 열었다고 한다 대개 이런 극장은 고대 그리스 문명에 유래하는데, 항상 무대는 바다를 면한 곳에 설치한다. 객석에서 공연을 즐기면서도 항상 바다의 동태를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에 넋을 잃는 사이 적의 기습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매우 적절한 조치라 하겠다. 폼페이 역시 과거엔 해양 도시였던 터라 무대 뒤는 당연히 바다였다. 그런데 여기서 무대는 스크린이라고 부르고 객석을 스피커라 부르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 스피커와 오디오파일의 스피커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바로 스위트 스폿이다. 다시 말해, 스크린 앞에 배우가 서서 이야기를 할 때 객석 구석...

얼마 전, 우연히 아는 선배를 만났다. 편의상 K로 해두자. 학교 선배나 직장 선배는 아니고 필자보다 연배가 위라서 자연스럽게 선배로 부르고 있다. 실제 그는 대단한 오디오파일이어서 상당수의 하이엔드 제품들을 섭렵한 바 있거니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탐닉은 거의 집착 수준에 가깝다. 오로지 음악과 오디오를 위해 태어난 분이 아닐까 가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므로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도 음반이며 음악이며 또 오디오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는데, 최근 그는 대단한 전향을 했다. 다시 말해, 솔리드스테이트 & 첨단 스피커 일변도의 편향에서 벗어나, 진공관, 그것도 3극관 위주로 선별해서 혼 타입 스피커와 매칭하고 있었다. 당연히 소스는 아날로그. “결국 스피커는 혼 아니면 풀레인지로 귀결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앰프는 진공관, 그것도 3극관이고, 아날로그는 당연한 거지.” 나중에 그의 리스닝 룸을 방문해보니 거대한 혼 스피커와 몇 개의 진공관 앰프는...

이번 달 잡지에 넘길 원고가 탈고되고 모처럼 한가로이 노래를 듣는데 하이파이클럽에서 전화가 왔다. 덕분에 토요일 아침에 깨자마자 손꼽히게 비싼 스피커를 듣기 위해 길을 나서야 했다. 새벽까지 지켜본 인터넷 생중계에 잠을 못 이루다가 나와, 하이파이클럽에서 졸음을 깨기 위해 커피를 몇 잔이나 들이켰다. 그렇다고 졸면서 들은 것은 아니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건 이런 호사에, 음악을 틀어놓고 잠이 오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 오디오 마니아는 없다. 기성품으로는 카르마의 두 번째 상위 모델. 오디오계를 통틀어도 이보다 더 고가의 스피커는 몇 종류 없어 보인다. 소리는...당연히 좋다. 사진으로 보아온 외관은 실제로 대면하게 되면 엄청난 카리스마가 나온다. 모든 면에서 리뷰하는 사람의 기를 죽인다. 카르마의 그랜드 익스퀴짓이 최상위 모델이고, 그 절반의 유닛이 들어가는 것이 바로 Reference 1A, 네트워크 박스가 별도가 아닌 내장형으로 수납된 것이 ...

SACD 플레이어를 대하는 필자의 마음이 요즘처럼 무거웠던 적은 없다. CD와 운명을 함께할 것이라는 식의 섣부른 예상을 지지하고 싶지는 않지만, SACD의 미래가 그리 밝다고 하기 힘든 것은 숨길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호가들이 던질 질문을 추측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미래가 이처럼 불투명한 상황에서 SACD 플레이어를 구입해도 좋을까? 혹시 내가 바보짓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최근의 매체 환경을 곰곰 살펴보면, LP의 완전한 퇴장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였던 1980년대 후반의 상황이 떠오른다. 당시 애호가들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몇 년 후면 완전히 사라질 LP를 위하여, 아날로그 플레이어를 구입해도 괜찮을까? 혹시 내가 바보짓을 하는 것은 아닐까? 수천 장에 달하는 LP 컬렉션을 중고 음반 상점에 내다 팔고 동일한 레퍼토리를 담고 있는 CD를 구입하는 애호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당시의 상황을 떠올려 보면, 여...

우리나라 오디오 시장에서 소문만 무성하고 제품이 귀한 것으로 순위를 꼽자면 아마도 블라델리우스가 수위를 다툴 것이다. 스웨덴의 블라델리우스라는 브랜드를 필자가 처음으로 들었던 것이 언제인지는 가물가물한데 아마도 2005년 초, 또는 그 한 해 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라스베가스 CES에 참가했던 수입원들이 입을 모아 매력적인 새 브랜드의 등장을 이야기했던 것. 들리는 이야기로는 국내 수입원 일곱 곳에서 블라델리우스 측에 프로포즈를 했다고 하니, CES를 참관한 국내의 모든 수입원이 이 새로운 브랜드에 매력을 느꼈나 보다. 그 후 국내 수입원이 결정되었을 때, 다른 수입원들이 매우 아쉬워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블라델리우스는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에서 ‘루키’가 아니었다. 주재자 마이크 블라델리우스는 넬슨 패스의 후임으로 스레숄드의 전기 회로 설계를 주도했고 프라이메어의 제품들을 설계해주기도 하면서 그 분야에서 착실하게 명성을 쌓아온 관록...

덴마크를 대표하는 스피커 전문회사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 되었지만, 그 동안 다인오디오는 필자와 별로 인연이 없었다. 꽤 오래 전 북셀프 모델인 콘투어 1.3 Mk2를 접해 보았고, 한두 해 전 플로어형 모델인 컨피던스 C2를 단 한 번 시청한 것이 고작이다. 하이엔드 스피커 분야에서 다인오디오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떠올려 보면, 이처럼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접할 기회가 드물었다는 것은 본의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무심함이 지나쳤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그런데 이번에 의도하지 않았던 필자의 게으름을 단번에 씻어 버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왔다. 최근 다인오디오에서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면서 내 놓은 사파이어를 다각도로 시청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실제로 지난 석 달 동안 필자가 가장 많이 접한 스피커가 바로 사파이어였고, 실로 다양한 시청 환경에서 다양한 플레이어와 앰프 세트를 가지고 구동했던 스피커 또한 사파이어였던 것이다. ...

스피커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The Pure System을 접하는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결코 필자뿐만 아니라 이 제품을 직접 경험한 오디오파일이라면 평범하지 않은 사양과 흔하지 않은 제품, 컨셉 등 스피커로서 미스터리한 요소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요소들은 오디오파일에겐 관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인데, 오디오 머시나는 그런 면에서는 먼저 한 표를 얻은 느낌이다. 과연 이 제품이 추구하는 제품 철학은 어떤 것인지, 또한 사운드의 특징은 어떨지 궁금증을 유발하게 되었는데, 제품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동사 소개를 간단히 해보도록 하겠다. 오디오 머시나(Audio Machina)의 역사를 살펴보면, 1992년 금속 가공회사로 출발한 창립자인 칼 슈만은 원래 CNC 프로그래밍과 공작 기기를 중심으로 한 제조 공정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로서 주로 사격용 최고급 권총의 총신을 제작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오디오는 단지 그의 취미로 2...

이 케이블을 보고 있으니,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하이파이클럽에서 스피커 케이블 한 조와 인터커넥터 한 조를 차 옆 좌석에 싣고 있을 때, 내 차를 열 대 팔아야 살 수 있을 거라는 농담을 던졌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 중고 시세가 열 대로는 모자랄 듯싶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정말 굵직한 케이블이다. 필자의 한달치 월급을 털어서 산 스피커 케이블을 가늘게 보이도록 만든다. 그것도 인터커넥터가 말이다. 인터선이 이 정도이니 스피커 케이블은 여인네 팔뚝만한 굵기다. 손으로 잡아보고 필자의 팔목을 잡아보니 거의 같은 굵기다. 고압선이니 호스 굵기니 하는 말들은 하였지만, 필자의 기억에 이렇게 굵은 건 본 적이 없다. 무게도 만만치가 않아 2미터 50센티의 케이블 한쪽을 들면서 무겁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렇게 부담스러운 굵기임에도 연결하기는 어렵지가 않다. 굵어서 그렇지, 휘어지는 정도는 너무도 잘 휘어 오히려 일이백 만원 하는 케이블을 연결할...

20 세기 초반 현대 문명이 피어나기 시작할 무렵, 그 이름은 미스터리 속으로 쉽게 잊혀졌다. 어린 시절 뜬금없는 잡지 등에서 간간히 나타나는 이름이었지만 어감이 주는 독특한 매력이, 많은 사람들을 오랜 시간 사로잡지 않았나 싶다. 천재 전기 과학자 니꼴라 테슬라. 최근 “ 프레스티지”라는 영화에 완전한 허구의 인물로 잠시 등장하여 나의 기억을 되살렸다. 게다가 매력적인 캐릭터를 오묘한 분위기의 데이빗 보위가 연기하여 그의 미스테리를 더하게 되었다. 니콜라 테슬라는 19 세기말에서 20 세기초까지 여러 가지 인류역사의 중대한 발명과 미스테리를 남긴 천재 기술자로 알려져 있다 . 그는 독창적이고도 천재적인 발상으로 전기의 사용가능성에 대해서 한계를 거부하고 , 물질이나 에너지의 순간이동을 고압의 전기에너지를 사용해서 발생시킬 수 있다는 이론을 주장하다가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 테슬라의 이론에 따르면 , 일억 볼트 이상의 전압을 가지고 지구 어디로든 물체나...

어쿠스틱플랜 브랜드와 인연이 있는 것일까? 어쿠스틱플랜의 제품 리뷰는 이번이 벌써 네 번째이다. 그러다 보니 집중적인 브랜드 리뷰를 통해 심도 있게 브랜드의 사운드 성향과 기술력을 파악 할 수 있게 되었다. 어쿠스틱플랜의 회사 소개 등은 이미 앞서 진행한 리뷰들을 통해 충분히 하였기 때문에 생략하도록 하겠다. 어쿠스틱플랜 제품들은 통일된 디자인과 색상으로 인해 완전한 세트일 때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고 생각된다. Vadi CDP의 경우는 디자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 고려해 볼 때 동사 인티그레이티드앰프인 Siltar나 프리앰프인 Sarod와의 매칭을 필히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리뷰 동안 느꼈던 그들의 사운드 성향은 대부분 동사 제품 라인업과의 매칭을 고려하였고, 특히, 소스기기인 Vadi의 경우는 그들의 라인 프리 회로와 궁합을 잘 맞추어 두었기 때문에 단품으로서의 가치보다는 그들의 프리 또는 인티그레이티드앰프와의 ...

이탈리아 출신의 리카르도 크론 박사가 체코에서 설립한 진공관 및 앰프 제조업체인 KR 오디오가 우리나라에 정착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만큼 이를 모르는 애호가는 별로 없을 것 같다. 설령 모른다고 하더라도, 어디선가 크론 박사가 직접 설계한 T-1060이라는 독특한 모습의 직렬 3극관을 장착한 KR 오디오의 앰프를 본 일이 있을 것이다. 하이엔드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지 이미 오래 되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필자가 KR 오디오를 접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04년 9월 mbl의 1621 트랜스포트, 1611D DA컨버터, 6010D 프리앰프․300E 등과의 조합으로 시청한 크론질라 DM 파워 앰프를 시청한 바 있고, 2006년 1월 모노블록 파워 앰프인 DM의 하위 기종인 크론질라 SX를 시청한 것이 고작이다. 비록 두 번밖에 접하진 못했지만, KR오디오는 필자에게 쉽게 잊기 힘든, 아주 깊은...

최근 회현동 일대의 LP 숍을 원정 가는 일이 잦아졌다. 워낙 싸고 좋은 오리지널 LP들이 즐비해서, 한번 들리면 물욕이 절로 샘솟아 참 억제하기 힘들다. 물론 대부분 중고들이라 반질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고, 재킷의 청결도도 검사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다. 특히, 록이나 재즈는 시끄럽게 들어도 무방해서 좀 스크래치가 생겨도 손에 넣지만, 클래식은 다르다. 약간의 스크래치만 있어도 가슴이 철렁하다. 생각해보라. 한참 조용한 분위기에서 연주자가 심혈을 기울여 음 하나하나를 조탁하는 순간 찌지직 ~! 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자. 아마 졸고 있다면 깜짝 놀라 의자에서 벌떡 일어날 것이다. 그럼 왜 이런 고통을 마다하지 않고 중고 LP들을 입수하는가? 물론 재킷이 주는 수려한 매력과 옛 것에 대한 향수 등이 어우러지지만, 무엇보다 음질 문제를 든다. 아무리 CD 시스템에 투자해도 결국 LP에 지는 것 아니냐가 현재까지의 중론이다. 물론 잘 조율된 아날로...

1992년, 네덜란드의 한 작은 공장에 묘한 남자가 찾아온다. 상당한 부유층인 듯, 옷차림도 화려하고, 눈빛도 남달랐다. 자신을 벨기에의 한 귀족으로 소개한 이 사람은, 실은 당신의 명성을 듣고 멀리서 찾아왔는데 부탁이 하나 있다고 말한다. 그 부탁이란 것은 그렇다. 당신이 심혈을 기울여서 한번 스피커를 만들어 봐라, 그래서 그 소리가 마음에 들면 달라는 대로 돈을 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 푼도 없다. 일견 말도 안 되는 제안이지만, 서른을 갓 넘은 이 청년, 선뜻 제안에 응한다. 그리고 1년 반 뒤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스피커 한 세트를 납품하는데 그 위용이 엄청나다. 높이가 3미터에 가로가 5미터로, 무려 아홉 개의 체임버로 구성되었는데, 무게는 1톤을 넘는다. 게다가 일종의 액티브 방식이어서 1kW의 파워 앰프가 내장되어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문제의 귀족이 선뜩 지갑을 열었다는 것이다. 그 액수가 얼마인지 알려진...

요즘 케이블이 심상치 않다. 전체적으로 오디오 업계의 가장 큰 판도 변화는 이제 스피커나 앰프가 아니라 케이블이나 받침대 등 이른바 액세서리류에서 심하다. 특히 진동에 대한 새로운 사고와 접근이 가미되면서 케이블에서 놀라운 약진이 벌어지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1990년대 초반으로 기억하는데, 우연히 세운상가에 구경 갔다가 멋진 007 박스에 담겨 있는 팔목 두께의 스피커 케이블을 발견한 적이 있다. 워낙 패키징도 좋고, 케이블의 마감도 좋아서 얼마냐고 물었더니 100만원쯤 한다는 대답이 나왔다. 100만원? 아니, 기껏 스피커 케이블이 무슨 100만원이나 하는가? 얼토당토 않는 소리라 속으로 생각하고 외면해버리고 나왔다. 그리고 정확히 15년 후, 이제 그 열 배 아니 스무 배쯤 하는 케이블들을 줄줄이 발견할 수 있으니, 전체 오디오 분야에서 케이블만큼 혁신적인 변화를 겪은 컴포넌트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

매킨토시만큼 부담스러운 리뷰 제품도 드물다. 한때 최고의 하이엔드 앰프 제품이 매킨토시였다. 푸른빛의 매력적인 레벨미터가 모든 오디오 마니어의 꿈이었던 시절에 오디오에 입문한 필자로서는 무조건 기본 점수를 깔아 주고 시작하고 싶지만, 요즘 분위기상 매킨토시를 산다는 것은 어쩐지 구시대적 발상처럼 보인다.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오디오 업체의 부침이 심하였건만 매킨토시만큼 과대평가되었던 제품도 드물지만, 반대로 요즘은 매킨토시만큼 과소평가되고 있는 제품도 드물다. 진공관 프리인 C2300은 12AX7을 6개 사용하고 있다. MM/MC/라인단에 각각 두 개씩 윗면에 비스듬하게 유리창 너머에 장착되었고, 초록색의 LED가 진공관에 비추면서 장식적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또 이례적으로 프리앰프임에도 매킨토시 특유의 푸른색의 레벨미터를 가지고 있다. 사용 진공관 구성과 매킨토시 앰프 위판에 새겨진 회로 구성도를 보면 매킨토시의 전통적 진공관 프리...